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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개발 프로젝트 돈 필요한 사우디의 독자적 원유 감산, 유가 띄울까 [뒷북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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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원유생산량 100만 배럴 줄여

네옴시티·경제개발에 자금 절실해

美·여타 산유국도 반대하는데 강행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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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산유국이 돕지 않는 사우디아라비아만의 대폭 감산 결정은 국제유가를 띄울 수 있을까. 이른바 ‘기가 프로젝트’를 비롯한 개발에 돈이 필요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비OPEC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 ‘OPEC+’와 별개로 대규모 독자적 원유 감산을 감행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사우디가 각종 개발 사업 자금을 조달하면서 재정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유가가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초과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유가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연말 북해산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부터 전반적 시장 역학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까지 다양하다. 재고 소진에 시간이 걸리기에 즉각 급등하지는 않으리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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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는 4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 장관급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사우디가 다음 달부터 추가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을 줄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부터 OPEC+ 참여국들이 자발적으로 하루 50만 배럴을 감산하고 있는 것과는 별도 조치다. OPEC+는 이날 회의에서 기존 감산 규모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4월 1050만 배럴에서 7월 900만 배럴로 줄어든다.

사우디가 4월에 이어 또 원유 감산에 들어간 건 국제유가가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탓이다. 유가는 지난해 10월부터 산유국들이 감산을 발표한 직후 잠시 올랐다가 다시 떨어지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4월 ‘깜짝 감산’을 결정한 당시에도 유가는 한때 배럴당 9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지난주에는 배럴당 70달러대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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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감산 결정은 미국은 물론 다른 산유국들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생산량 자체보다 향후 유가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라며 “유가는 지난해부터 크게 내려온 상태”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번 회의를 앞두고 사우디와 다른 산유국들 간 감산에 대한 의견이 갈라지면서 격론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OPEC+ 차원의 추가 감산이 아닌 사우디의 독자 결정만 나온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되레 하루 생산량을 20만 배럴 늘렸다.

사우디가 이같이 무리를 하는 것을 전문가들은 국내적 이유에서 찾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는 최고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석유 의존적인 사우디 경제를 재편하고자 추진하는 프로젝트를 경제적으로 받칠 수 있는 수준으로 유가를 유지해야 한다”며 “사우디 정부가 유가를 배럴당 81달러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우디 정부의 경제 고문들은 미래형 사막 도시 ‘네옴시티’ 등 매년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유지하려면 5년간 유가를 올려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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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유가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내부에서도 전혀 다른 전망을 내놓는다. 호주 최대 은행인 커먼웰스뱅크(CBA)의 비벡 다르는 “중국의 미적지근한 회복세를 고려해도 올해 4분기까지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85달러로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니엘 하인스 ANZ그룹 애널리스트도 “하반기 원유 시장은 더 빡빡해질 것”이라며 연말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반면 모건스탠리는 이번 감산이 단기적으로 가격지지 효과를 끌어내겠지만, 올해부터 내년까지 전반적 시장 역학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번 감산이 올해 마지막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산으로 공급이 줄어들 수 있지만, 재고 소진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격이 즉각적으로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나온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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