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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이슈 정치권 사퇴와 제명

[연합시론] 9시간만의 혁신위원장 사퇴 파문…민주 지도부 책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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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민주당 혁신기구 수장에 임명됐다 낙마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외부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임명됐으나 '천안함 발언' 등 논란 끝에 사퇴했다. 2023.6.5 [ 민주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부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외부 인사인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5일 임명됐다가 9시간 만에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이사장 임명 직후 그가 과거 SNS 등을 통해 해온 '천안함 자폭' 등 부적절한 발언이 줄줄이 공개되면서 당내에서조차 임명 철회 주장이 잇따르는 등 큰 파문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당 혁신기구 설치를 의결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는 상태를 지속하게 됐다.

물러난 이 이사장은 지난 2월 중국의 정찰 풍선이 미국 영공에서 격추당했을 당시 페이스북에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국가위협으로 과장했다"고 주장한 사실이 이날 뒤늦게 알려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했다는 정부 입장을 반박하며 '미국 조작설'까지 제기한 그의 발언은 비록 과거의 언급이긴 하지만 매우 부적절했다. 제1야당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 것은 자연스럽다. 당내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홍영표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 이사장은 지나치게 편중되고 과격한 언행과 음모론 주장 등으로 논란이 되었던 인물로 혁신위원장에 부적절하다"며 즉각적인 내정 철회를 요구했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긴급 의원총회 개최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쇄신을 주도해야 할 혁신기구가 출범도 전에 좌초하거나 초기부터 난항을 겪을 위기에 놓였었다.

당사자의 사퇴로 일단 마무리됐지만, 당 지도부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이 이사장이) 사임하겠다고 해 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주변 의견을 참조해 역량 있고 신망 있는 분을 잘 찾아봐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검증이 부실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나', '의견 수렴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라는 물음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국회를 떠났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그런 (검증) 과정에서 당이 부족했던 부분은 부족했던 대로 반성도 하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언급하는 정도였다. 이날 혁신위원장 임명 발표 뒤 비명계를 중심으로 '친명 혁신위'를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분출되는 등 내홍 조짐도 있었다. 일부 인사는 '이재명 사당화'를 완성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 지도부는 이런 비판까지 귀담아들어야 한다.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다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 잇단 악재에 휘말려 있다. 이를 계기로 전당대회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는 정치혁신 방안을 준비하기 위한 당 혁신기구 구성을 지난달 14일 결의한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안팎에서 일대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번 혁신위원장 임명·사퇴와 같은 파문이 되풀이 되어선 곤란하다. 국민이 수긍할만한 혁신 비전과 리더십을 갖춘 인물을 삼고초려라도 해서 혁신위를 서둘러 구성하고 분명한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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