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무단 도용” 의혹 제기 잇따라
‘보이콧’ 게시물이 인기웹툰 1위 올라
“창작자 저작권 침해 우려” 목소리
포털측 부랴부랴 “AI 사용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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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질로 만든 AI웹툰을 반대합니다.”
4일 오후 네이버웹툰의 ‘도전만화’ 코너는 ‘AI웹툰 보이콧’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와 ‘도배’된 상태다. 도전만화는 일반인들이 자기가 그린 웹툰을 올릴 수 있는 코너다. 여러 웹툰 이용자들이 이 코너를 이용해 AI웹툰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시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웹툰 순위를 매기게 돼 있는 이 사이트의 인기 웹툰 1위는 ‘AI웹툰 보이콧’ 게시물이 차지하고 있다. 2∼4일 사이 서로 다른 아이디로 총 61건의 ‘AI웹툰 보이콧’ 게시물이 올라왔고 10위권 내에 3개가 올라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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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게시물은 AI로 제작된 웹툰이 기존 작가들이 그린 수천만 장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도용해 합성한 결과이며 인터넷 어딘가에 원작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도둑질한 내용의 웹툰이라는 비판을 담고 있다.
AI웹툰 논란은 기존 작가들의 웹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2일 네이버웹툰에 공개된 웹툰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은 업로드 직후 AI 창작 의혹에 휩싸였다. 독자들은 이 만화에 최저 수준의 ‘별점 테러’를 했다. 제작사 블루라인 스튜디오는 제작 콘티 등을 공개하며 “후보정 작업에만 AI를 활용했다”고 해명했지만 독자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의 모양과 화풍이 일관되지 못하다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용자들이 이처럼 AI로 제작한 웹툰에 대해 공개적인 보이콧에 들어간 건 AI로 만들어진 창작물이 창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건강한 창작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손가락이 여섯 개로 나타나는 오류 등 AI 생성물 특유의 이질감도 독자들의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AI 논란이 일자 웹툰 공모전 지원자를 대상으로 AI를 활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기존 작가들의 작품 역시 AI 활용을 지양하는 방향으로 작가들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네이버는 밝혔다.
네이버의 저작권 침해 논란도 제기됐다. 네이버웹툰이 진행 중인 공모전에 참여하려면 회원 가입이 필요한데 네이버웹툰은 가입 시 이용약관을 통해 “회원이 올리는 게시물은 연구개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가 저작권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고 최근 개발 중인 AI 서비스 등에 투고작을 공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웹툰 측은 “해당 약관은 테크기업에서 통상적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며, 과거 공모전 출품작을 AI 학습에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앞으로 활용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AI 생성물로 인한 저작권 논란은 웹툰뿐 아니라 글, 음악, 그림 등 다양한 창작 분야에도 불거지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에도 카카오페이지의 한 웹소설이 연재 시작 직후 생성형 AI로 작품 표지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일러스트레이터가 표지 제작 과정을 공개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일각에선 AI가 보조적인 방식으로 쓰일 경우 노동시간을 단축해 작가들의 근로 여건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포토샵이나 어도비 등의 프로그램에서도 AI를 사용해 작업을 간편하게 하는 툴이 마련되고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 등 긍정적인 요소도 분명한 만큼 AI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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