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최고위급 국방 부문 다자회의
영국 싱크탱크·싱가포르 정부의 의지로 시작
2002년 처음·올해 20차…코로나 땐 건너뛰어
‘이상향’ 의미 담긴 샹그릴라 호텔에서 개최
경찰이 3일 연례 아시아안보회의가 개최되는 싱가포르 소재 샹그릴라 호텔 출입구에서 현장을 살피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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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쿨을 떠났다가 소식이 끊긴 콘웨이를 찾아 나섰다가 몇 개월 뒤 병원에서 그를 만나 친구가 들은 이야기는 이렇게 전개됐다. 기억상실증 속에서 차츰 옛 기억을 풀어놓는 콘웨이의 이야기는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풍겼다. 샹그릴라의 이야기가 그랬다.
◆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묘사된 이상향
위 이야기는 영국 소설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작품에서 다룬 내용이다. 샹그릴라는 이렇게 1930년대 소설, 이후의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샹그릴라는 현실의 지명은 아니지만, 고대 인도의 경전에도 티메트와 라다크에 인접한 지역의 사원으로 언급돼 있다. 소설이 있을법한 개연성을 주요 작법으로 삼는 점을 감안한다면, 힐튼이 그려낸 샹그릴라도 그런 과정을 통해 탄생했을 수 있다.
뜬금없이 소설 관련 이야기를 한 목적은 있다. 해마다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안보회의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4일까지 사흘 일정으로 열리고 있다. 이 회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의 안보회의로, 전문가들 사이에 ‘샹그릴라 대화’로도 알려져 있다. 회의 별칭은 개최 장소 싱가포르의 샹그릴라(Shangri-La) 호텔에서 따온 것이다. 샹그릴라 대화는 이상향 세계평화를 향한 국제사회의 희망, 각국이 처한 현실의 한계를 담은 중의적인 의미에서 언급되는 경우도 잦다.
경찰이 연례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리고 있는 샹그릴라 호텔 주변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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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 아시아안보회의가 개최되고 있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의 모습. 싱가포르=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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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그릴라 대화는 2002년 처음 열렸으며, 올해로 20차 회의다. 연례 개최가 원칙이지만, 코로나19로 2020년과 2021년 두 해 연속 회의가 열리지 못했다. 주관은 첫 회의 이래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담당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국방·군사 분야 최고위급 협의체를 설립하고자 하는 IISS의 의지에 지역 다자안보포럼 개최지의 후광효과를 누리려는 싱가포르의 입장이 함께한 것이다. 샹그릴라 호텔은 말레이시아 화교 기업이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 본토를 포함해 동남아와 유럽 등에 지점을 뒀다. 싱가포르 소재 샹그릴라 호텔은 2018년 북·미정상회담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체류한 곳이다.
채널뉴스아시아(CNA) 등 싱가포르 언론에 따르면 올해 안보회의에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등 40개국 국방장관 등 600여명이 참가했다. 올해는 특히 유럽연합(EU)의 참가자들이 늘었다고 CNA가 의미부여했다. 올해도 예전처럼 여러 현안이 논의됐다. 의제엔 우크라이나전쟁, 미·중 갈등, 북한의 핵위협 등이 포함됐다.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왼쪽)이 2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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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싱가포르=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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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3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과의 한·중 국방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싱가포르=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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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에서는 다자회의는 물론, 양자 및 3자회담 등도 많이 개최되고 있다. 일례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등 한·미·일 국방장관은 3일 별도 회담을 갖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 3개국 국방 수장은 회담에서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연내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국제사회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샹그릴라 대화엔 현실의 한계도 확인된다. 가령 미·중 갈등의 여파는 이번 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을 열자는 미국의 제안을 중국이 거부한 것이다. 로이드 미국 국방장관은 3일 기조연설에서 “대화 적기는 어느 때라도 돼야 하며, 지금이 바로 대화 적기”라며 “대화는 보상이 아니고, 필요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향해 다시 미·중 회담에 나서라고 압박한 것이다. 미국의 공개적인 대화 촉구에 중국은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고 반박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 타임스에 따르면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은 양국 대화는 미국이 제재를 없애고, 분위기와 조건을 조성할 때 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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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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