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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 여성 모델이 교수형 올가미를 목에 두른 듯한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폭스뉴스 등 외신은 지난 26일 제76회 칸 영화제 주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이란계 미국인 모델 마흘라가 자베리(33)가 입은 드레스에 주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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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는 평범한 검은 드레스 같지만, 이 드레스의 목 부분은 교수형에 사용하는 올가미 형태로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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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레스의 뒤쪽 밑자락에는 영어로 'STOP EXECUTIONS(사형을 중단하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습니다.
칸 영화제 이후 자베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라는 글과 함께 30초 분량의 영상 하나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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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베리가 SNS에 올린 '올가미 드레스' 영상 캡처
영상에는 '올가미 드레스'를 입은 자베리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목을 쓰다듬거나 눈을 감고 머리를 감싸 쥐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이와 함께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가 흘러나오고, 영상 말미에는 강렬한 눈빛과 함께 드레스 밑자락의 '사형을 중단하라' 문구를 비추며 마무리됩니다.
자베리가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칸 영화제에 등장한 이유는 최근 이란 정국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20대 여대생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됐다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이란에서는 58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으며, 이들 중에는 반정부 시위자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볼커 튀르크 UN 인권최고대표는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와 비슷하게 올해도 사형 집행이 580건 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가장 심각한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을 허용하는 국제 인권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올가미 드레스' 두고 의견 분분 "상징적" vs "의도적"
자베리가 SNS에 영상을 올리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드레스와 영상을 둘러싼 논쟁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패션쇼에 사회적인 문제를 끌어들인 부분과 관련해 일부는 "패션 브랜드 홍보를 노렸다"며 비판했고, 다른 이들은 "그럼에도 상징성 있는 시위였다"며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등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은 트위터를 통해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했다"라고 호평했고, 이외에도 "국제 영화제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했고 단순하지만 상징적인 드레스로 사형 집행에 반대했다. 자베리를 지지한다" 등 자베리의 퍼포먼스에 호의적인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올가미 드레스' 두고 호평하는 마이클 도란(왼쪽), 비판하는 이란 저널리스트 야사 알리(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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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오히려 이란 문제를 끌어들여 패션 브랜드를 홍보하려 한 것 아니냐며 비판하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이란 현지 저널리스트 야사 알리는 "(해당 영상이) 무고한 이란인들의 처형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것 같다. 그러나 별다른 설명 없이 '사형을 멈추라'라며 영상을 끝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논쟁이 계속되자 자베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끌기 위해 드레스를 입었다"면서 "영화제에선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영화제 경호원이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지 못하게 막았지만, 교수형을 상징하는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해당 드레스의 디자이너인 질라 세이버는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끔찍한 범죄에 맞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라며 "불의를 없애기 위해선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jilaatelier @mahlaghajaberi 인스타그램, @yashar @Doranimated 트위터 캡처)
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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