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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맛있는 음식에 담긴 갈색 유혹, ‘당독소’…대처하는 방법은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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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명선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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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하루를 지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과 바삭하게 잘 튀겨진 치킨, 화덕에서 막 나온 피자가 눈에 들어온다. ‘먹방의 시대’라고 불리는 요즘,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에서 눈을 떼기 힘든 일상과 우리는 마주한다.

앞서 나열한 음식들에는 색깔과 풍미가 좋고 맛있다는 공통점 외에도 ‘당독소(Glycotoxin)’가 많이 함유됐다는 특징이 있다.

환원된 당(sugar)과 단백질이 고온 조리에 의해 화학적으로 결합되면 색깔이 갈색으로 변하고 다양한 향미가 만들어진다.

구운 고기와 빵, 비스킷은 물론 볶은 커피 등 맛과 향이 좋은 음식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처음 분석한 프랑스 화학자의 이름을 붙여서 ‘마이야르 반응(당화반응)’이라고 부른다. 과학자들은 단백질의 단위 분자인 아미노산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향미가 결정되는 이 반응을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마이야르 반응에는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하게 열을 가하거나 조리한 경우, 추가 반응을 통해 우리 몸에 해로운 분자들 즉, 당독소의 비율을 높이게 된다.

태운 고기에서 나오는 ‘헤테로사이클릭아민류(HCAs)’와 감자튀김 조리 시 당분과 아스파라긴산에서 만들어지는 ‘아크릴아마이드’의 존재가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것들은 모두 발암 물질이다. 우리 몸에서도 당독소가 일부 생성되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식품을 통해 섭취된다.

당독소는 일단 몸에 들어오면 일부는 신장을 통해 배출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우리 몸에 축적돼 노화를 가속하는 원인이 된다.

당독소로 인한 문제가 심해지면 염증과 인슐린 저항성이 일어나며 신부전증, 간질환, 신경퇴행성질환, 안구질환, 암 등 많은 질병과 연관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행히도 우리 몸은 생각보다 당독소에 대항하는 메커니즘이 잘 발달돼 있는 편이다. 우리 체내에 있는 ‘글리옥살라제1(Glyoxalase1)’이라는 효소는 당독소를 빠르게 제거한다. 또한, 우리 몸의 체온은 항상 36.5도 근처로 유지·조절되고 있으니 당독소가 잘 생성되는 고온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당독소만으로 질병이 야기되려면 오랜 기간 당독소에 노출돼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노출되지 않아도 되는 당독소와 굳이 마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특히 1인 가구가 확대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배달이 일상화된 요즘 같은 시대에 빠르고 간편하며 맛까지 좋은 음식들을 포기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상생활에서 당독소를 줄이는 방법은 음식 조리법을 바꾸는 것이다. 고온 조리를 피하고 과한 마이야르 반응이 덜 일어나게 하는 조리법인 삶고, 데치고, 찌는 방식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고기는 굽는 것보다는 삶아 먹거나 찌는, 전통적인 한식 조리법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커피는 로스팅을 짧게 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강렬한 맛을 놓칠 수 없다면, 당독소 배출에 도움을 주는 음식이나 기능성 식품을 같이 섭취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식품 소재를 이용해 당독소 생성을 억제하거나 배출을 돕는 소재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옥수수수염 추출물의 체내 당독소 저감 효과와 영양소 공급 등 여러 이점을 제시한 논문이 나오기도 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100세 시대’가 맞물려 안전한 먹거리를 향한 정보 수요는 어느 때보다 높다. 먹는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 건강도 챙기는 현명한 식습관이 필요한 때이다.

김명선 한국식품연구원 식품기능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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