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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사우디, 하루 100만배럴 감산 예고...유가 끌어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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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압둘아지즈 빈 살만(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각료회의를 하루 앞 둔 3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해 수행원들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OPEC+는 4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에 나설 전망이지만 하락하는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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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가 석유시장 투기세력에 사실상 전쟁을 선언했다.

역대 사우디 석유장관 가운데 투기세력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압둘아지즈 장관은 4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장관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을 예고했다.

그러나 그의 강경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상승 흐름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역대 가장 강경한 사우디 석유장관


사우디와 러시아가 주축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는 러시아가 감산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사우디 역시 감산을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온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전망에 대해 압둘아지즈가 결코 예단하지 말라는 경고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에서도 이같은 예상은 쏙 들어갔다.

그는 올들어 유가 하락에 베팅하는 중개인들을 향해 거듭 채찍을 들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도 압둘아지즈가 석유시장에 경고하면서 이제 애널리스트들은 4일 회의에서 하루 100만배럴 감산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데 베팅하고 있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각국 대표들은 하루 100만배럴 감산이 의제에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첫 왕자 장관


사우디에서는 왕자들이 외교, 국방 등 주요부서 장관을 맡는 것이 관례이기는 하지만 경제의 핵심인 석유장관을 맡은 적은 없다. 압둘아지즈가 처음이다.

이때문에 그만큼 부담 역시 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사우디 실질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이복 형제인 압둘아지즈는 석유 이후의 시대를 대비하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책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왕세자의 경제정책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도록 유가가 적정 수준에서 안정되도록 해야 한다.

허풍 아냐


압둘아지즈는 최근 유가 하락에 대해 잇달아 경고장을 날리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카타르에서 열린 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내가 가진 패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나는 포커 플레이어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발언을 허투루 듣지 말라고 경고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이를 속칭 '뻥카'로 간주했다. 압둘아지즈 발언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하락했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 감산 이후 20% 넘게 급락했다.

압둘아지즈가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하면서 유가는 단기적으로는 상승 국면으로 돌아섰다.

1일 브렌트유가 전일비 배럴당 1.68달러(2.3%) 뛴 74.28달러로 마감했고, 2일에는 1.85달러(2.5%) 더 오른 76.13달러로 뛰었다.

유가 돌려세울 수 있을까


비록 유가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이같은 상승 흐름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들과 애널리스트들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압둘아지즈가 시장에 경고성 발언을 하고 나면 일시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유가가 뛰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하락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사우디가 자발적인 추가 감산에 나서면서 유가는 올랐지만 이후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사우디가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쟁자금 마련이 시급한 러시아는 계속해서 석유를 싼 값에 시장에 내다 팔고 있고, 석유를 사야 하는 세계 경제는 둔화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 흐름을 무시하고 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고발언만 일삼는 압둘아지즈가 스스로 자신의 말의 무게를 깎아내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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