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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재난문자에 “우리 고양이는요?”… 서울 내 반려동물 대피시설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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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에 첨부된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하지 못할 때 문 앞에 붙이는 스티커. 국민재난안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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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를 알리는 위급 재난문자가 발송됐지만, 1450만 반려인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발만 동동 굴렀다. 현재 재난 상황이 벌어져도 반려동물과 함께 대피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재난안전포털은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재난 대응 가이드라인’을 통해 재난 발생 전 준비사항과 재난 발생 시 행동 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재난 시 반려인은 반려동물을 이동장으로 옮긴 뒤 재난 키트를 챙겨 대피시설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이 행동 요령은 실제로 지켜지기 어렵다. 재난 발생 시 갈 수 있는 서울 내 대피시설은 지난해 기준 3222개다. 이 중 반려동물 동행이 가능한 대피시설은 한 곳도 없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반려동물은 사람마다 호불호가 있고, 종류도 다양하기 때문에 동반이 불가하다. 반려인들의 요건을 다 맞춰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려동물까지 대피하면 대피 수용인원이 줄어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반려동물은 국민이 아니기에 국가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동물 대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직장인 마재영(26)씨는 “대피시설에 반려동물 동행이 안 되는 걸 몰랐다”며 “재난이 발생하면 고양이를 안고 대피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려 가구가 많으니 정부 차원에서 반려동물 동반 대피시설을 만드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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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펫쇼'에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한 반려인.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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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스터를 키우는 직장인 홍모(27)씨는 “걷다 보면 3분에 한 번씩 반려동물을 마주할 정도로 반려 가구가 많다”며 “카페나 음식점도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곳이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대피시설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 동반 대피소 관련 대책은 현재 논의되고 있지 않다.

2021년 3월 KB금융지주가 발표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 가구는 약 604만 가구, 반려인은 약 1448만 명이다. 한국인 네 명 중 한 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 서울엔 약 131만 반려 가구가 있다. 동물을 물건 취급하고 동물 보호와 권리에 대한 논의도 없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여기는 반려인이 늘어났다.

김나연 동물보호단체 카라 팀장은 “사람보다 동물이 먼저냐고 비난할 수는 있다”면서도 “반려동물도 가족 구성원의 하나로 함께 대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도 반려동물 동반 대피시설을 지정해야 한다”며 “동물도 동물보호법으로 보호되는 생명이다. 국가는 민간에 책임을 넘길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뒤 동물단체에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반려인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물 동반 대피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팀장은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대피시설이 있다면 반려인들은 아무리 거리가 멀어도 그곳으로 갈 것”이라면서 “동물을 두고 가지 못하는 반려인들은 피난 가는 일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 재난 상황 속 혼란만 더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예솔 기자 ysolzz6@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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