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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남욱 “이재명, 민간업자 싫어해…‘나는 다르다’ 어필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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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연루돼 후회…각자 한 일 책임져야”

건강 이상 유동규, 끝으로 신문순서 조정


한겨레

남욱 변호사가 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관련 1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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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약 8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남욱 변호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민간업자를 싫어했다’고 진술했다. 증인 신문을 마치며 “대장동 사건에 핵심 (관계자로) 연루된 점을 후회한다”는 소회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가 1일 심리한 김씨의 정지차금법 위반 사건 재판에서는 남 변호사에 대한 검찰 쪽의 주신문과 변호인 쪽의 반대 신문이 진행됐다. 김 전 부원장 쪽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 변호사 사이 대화 내용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 등을 제시하며 질문했다.

남 변호사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시 “민간업자를 싫어했다”며 “자본주의적 생각을 100% 가진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간업자를 싫어하는 이유에 대해선 초기 민간 주도의 대장동 개발을 추진했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가 대장동에 토지를 가지고 있던 우계 이씨 등 여러 종중과 부동산 계약을 맺었던 사례를 들었다.

변호인: “‘형 그런데 시장님(이재명)이 왜 이렇게 (민간업자를) 싫어하세요?’ 그랬더니 ‘싫어하지 너네’라는 (남욱과 유동규 간의) 대화를 보면, 이재명은 민간업자 싫어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 선거에 도움 줬단 거 알았다면 싫어할 이유 있나요?”

남욱: “이재명이 당시 민간업자 싫어한다는 소문이 난 이유는 이강길이 사업을 하면서 종중 땅을 속여 대출받아서 민간사업자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 아니냐는 인식이 초기에 있던 것 같습니다. 같이 일했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어필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던 거로 기억합니다. (중략)

이재명이 희한하게 민간업자를 싫어하더라고요.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적인 생각을 100% 가지고 있는 건 아닌 거로 압니다. 민간업자가 돈을 벌면 왜 자기들이 가져가냐, (성남)시든 주민에게 쓴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펴셨기에 민간사업자들과 교류나 접점 없는 분 아닌가 당시에 생각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했던 과거 진술이 허위라고 인정하자 그의 진술의 신빙성을 두고 법정에서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유씨가 성남도개공 사장과 화천대유 회장을 겸직했다고 보면 된다’는 진술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거짓말”이라며 진술한 시기가 ‘대선 전이었기 때문’이라고 증언했다.

변호인: “유동규가 지금(당시) 실질적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과 화천대유 회장 겸직했다고 진술, 거짓말인가요?”

남욱: “반은 사실이고 반은 거짓말입니다. 실제 공사 사장인 건 맞고, 화천대유 겸직은 실제 의사결정을 최초에 하신 분들은 유동규가 어느 정도 의사결정 했는지는 모르지만 (성남)시에 계신 분들이 의사결정을 하면 김만배하고 조율해서 사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압니다.”

변호인: “증인은 왜 그때 거짓말을 했습니까?”

남욱: “선거 전이었지 않습니까.”

변호인: “지금은 사실대로 했다고 장담하나요?”

남욱: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 일부 사실을 숨겼고 진실 말씀드리지 못한 게 맞습니다. 이후 수사가 다시 이뤄지지 않았으면, 저대로 이 사건은 진행되거나 재판받았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만 대통령이 바뀌기 때문에 그런 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판단할 수 없지만, 재수사 이뤄지면서 많은 증거가 나와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있는 그대로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해 그(대선) 이후부터는 솔직히 말씀드리는 겁니다.”
남 변호사는 증인 신문 후 마지막 발언에서 “전국을 시끄럽게 할 정도의 사건에 핵심으로 연루된 것 자체가 굉장히 후회가 많이 된다”며 “개인적으론 각자가 한 일에 책임지고 더는 이 사건이 국민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8일 정영학 회계사를 증인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지난 재판 때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던 유 전 본부장은 신문 순서가 마지막으로 조정됐다. 재판장은 “유씨는 이번 주까지 안정가료가 필요해 다음 주는 돼야 신문이 가능하다”며 “가능하면 뒤쪽으로 (미뤄서) 신문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은 ‘유 전 본부장이 여전히 개인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다’며 건강 상태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장은 “입원해 진료하라는 진단이 나와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로 안다”며 “계속 (유튜브) 영상을 촬영하는지, 예전 영상이 올라온 건지 (확인하고) 재판에 지장 없도록 제지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이야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정치자금 8억여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가 대학 후배인 정민용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전력사업실장(변호사)을 거쳐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본부장에게 돈을 건넸고, 이 돈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남욱씨→정민용씨→유동규씨→김용씨). 정민용 전 실장은 본인이 증언한 행위(정치자금법 위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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