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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어제는 공무원 오늘은 삼성맨" 올해만 350명 기업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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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공직자 연 500명 민간행
IRA 이슈로 통상인재 몸값 급등
산업부에서만 2년간 20명 이동
준법경영 강화에 警출신도 인기
"민관이 윈윈하는 건강한 교류"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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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에 취업하는 공직자들이 현 정부 들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정권교체기인 지난해만 500명에 육박하는 공직자가 민간기업행을 택했고, 올 들어서는 5월까지 350명 넘는 퇴직공직자가 기업으로 옮기면서 그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과거 고위 공직자 출신을 고문이나 사외이사로 영입했던 행태와 달리 최근 대기업들은 정부의 중간관료인 과장·실장급 출신을 실무 임원으로 대거 스카우트하는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환경·에너지 규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환경부 출신 공직자들이 민간기업의 우선 영입대상이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칩스법, IRA에 통상通 몸값 치솟아

1일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매달 발표하는 '퇴직공직자 취업심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승인과 취업가능 판정을 받은 퇴직공직자 수가 2021년 448명에서 지난해 498명으로 50명 늘었다. 올해 1~5월에는 356명이 취업승인 및 취업가능 판정을 받아 민간기업행 러시가 더 빨라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중 반도체 패권분쟁이 격화됨에 따라 통상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들의 영입이 두드러졌다. 2009~2012년 주미대사관 경제참사관으로 일하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협상부터 발효까지 챙긴 김원경 부사장이 삼성전자의 해외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글로벌대외협력(GPA)팀을 이끌고 있다. GPA팀은 2020년 윤영조 당시 주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대표부 참사관을, 지난해에는 권혁우 전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장을 추가 영입했다.

사외이사로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유명희 사외이사까지 지난해 11월 영입하면서 주요국의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열을 재정비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자동차는 IRA 등 글로벌 이슈에 대응해 대외업무를 강화하고 부산엑스포 유치활동을 위해 김일범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을 최근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과장급이 이달부터 현대자동차 상무급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대관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당 경력을 가진 공직자들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부처의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공직자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최근 영입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업부에서는 2021~2022년 무려 20여명이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 경계 갈수록 허물어질듯

준법경영 강화로 경찰 출신 영입도 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달 경찰공무원을 대상으로 윤리사무국의 제보 조사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경사~경감 직위로 5년 이상 재직한 자가 경력직 채용 대상자이며, LG전자는 우대조건으로 민원부서(여성청소년·수사·형사) 근무자 등을 덧붙였다. 해당 직원은 채용 후 정도경영센터 윤리사무국 내 성희롱 및 비리 제보 조사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지난 3년간 5명의 경찰 출신을 채용했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장성급이 아닌 영관급 장교의 민간기업행도 늘고 있다. 이들은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본인이 정부에서 관료로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민간기업에서 발휘하는 것은 사회 전체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며 "권력·규제기관 관료의 피감기관 이동 등은 우려스럽지만 통상·정책 전문가 관료들의 기업행은 건강한 이동이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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