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은퇴후 月 300만원 따박따박" 2030 개인연금 ETF로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2030 연금 보고서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MZ세대는 부모세대에 비해 저출산·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만큼 은퇴 후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에만 의존하지 않고 개인연금·퇴직연금을 제대로 운용해 자산을 미리미리 만들어 놓겠다는 의지가 강한 이유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어피티와 함께 2030 MZ세대 2778명을 대상으로 연금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국민·개인·퇴직연금까지 노후 연금 3층 구조에 대한 이해도는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86%, 30대는 91%가 국민·퇴직·개인연금 등 연금 특징과 차이에 대해 자세히 또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조사가 연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사회생활 초기부터 '연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은 선진국형 은퇴 시장이 본격 형성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국민연금 의존도가 높은 기성세대와 달리 노후 재테크 시장 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MZ세대가 3층 연금 구조에 일찍부터 관심을 두는 데는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10명 중 9명이 '불안하다'고 답했을 뿐 아니라 당장 피부에 와닿는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컸다. 20대와 30대는 보험료율을 올리는 개혁안에 찬성하는 비중이 각각 21%, 27.1%였던 반면, 반대하는 비중은 각각 54.4%, 52.9%로 반대가 찬성의 2배에 이르렀다.

다만 국민연금 수령 시점을 현재 63세보다 더 늦추는 방안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20대는 찬성(47.8%)이 반대(37.8%)보다 10%포인트가량 많았고, 30대 역시 찬성한다는 비중(45%)이 반대 비중(43.4%)보다 높았다.

매일경제

이 같은 불신은 3층 연금 구조 가운데 개인연금을 최우선 순위에 올려놓은 점에서도 드러났다. 노후 대비를 위한 재원으로 20대는 개인연금(49%), 국민연금(27%), 퇴직연금(17%) 순으로 중요하다고 답했다. 30대 역시 개인연금(49.6%)이 가장 중요하고 이어 국민연금(30%), 퇴직연금(15.8%) 순이었다.

눈에 띄는 점은 자본시장을 통한 투자에 거부감이 없다는 것이다. 2020~2022년 코로나19 기간에 동학·서학개미 열풍을 타고 주식·채권 투자가 익숙해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적 배당형 상품 투자를 늘리겠다는 답변은 2030이 모두 절반을 넘어섰다.

MZ세대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선택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어 예·적금, 일반 공모펀드 순이라고 답했다. ETF는 기존 공모펀드에 비해 거래가 간편하고 어떤 종목을 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파악이 가능한 데다 투자 성향이 뚜렷한 MZ세대의 투자 수요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연금 투자 수요 증가와 맞물려 ETF 시장 규모는 이미 95조원을 넘어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기존 공모펀드 시장을 대체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원하는 위험과 수익률을 반영한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며 "특히 장기 투자 수익률이 검증된 미국 등 선진국 지수를 반영한 ETF가 많아진 점도 직접 운용에 대한 욕구를 키우고 있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절세와 노후 준비를 한 번에 할 수 있다는 점도 2030 투자자가 연금 계좌를 적극 활용하려는 이유로 꼽힌다. 연금저축이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로 투자하면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연봉이 5500만원 이하이면 16.5% 세제 혜택을 받아 연말정산 때 최대 148만원을 환급받는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형 펀드와 ETF에 투자하면 매매 차익과 배당금 등 금융소득에 15.4% 세율을 부과한다"며 "하지만 연금 계좌에서 투자하면 운용 수익에 대해서는 인출할 때까지 과세하지 않는 것이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하면 3.3~5.5%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재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55세 이후 연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를 최대 3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기존 연금 시장에서 주축을 이뤘던 4050 자리를 2030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생각이 연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MZ세대는 개인연금과 달리 퇴직연금에 관해서는 아직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수익률이 낮은 데다 이직이 잦고 일시불 수령이 많아 연금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비용 부담 비중이 8.3%로, 국민연금 요율인 9%와 비슷한데도 전체 연금소득에 대한 퇴직연금의 기여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5년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이 1.96%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해 30대 10명 중 7명은 '만족스럽지 않다'고 평가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의 보장성 약화 문제를 보완해줄 수 있는 적립형 연금제도"라며 "하지만 적립 규모가 충분하지 않고 일시금 위주로 수령하고 있으며, 이마저도 중도 인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저축 성격이 취약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MZ세대는 퇴직연금이 3층 연금 구조의 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퇴직연금을 매달 연금 형태로 받도록 하고 일시금 수령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 20대 57.7%, 30대 52%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원치 않는다'는 답변은 20대 14.8%, 30대 18.3%에 그쳤다. 20·30대 응답자 중 42%는 '퇴직 적립금의 30~50%에 대해 중도 인출을 제한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적립금의 50~70%까지 중도 인출을 막아야 한다'는 답변도 21.3%에 이르렀다.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