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시급한 대책 물었더니
‘양질의 저렴한 보육’ 첫번째로 꼽아
유급 육아휴직 확대·근무시간 유연화도
존 윌모스 유엔 인구국장 [유엔 인구국(UNPD)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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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부모가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존 윌모스 유엔(UN) 인구국장이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해결 전략’으로 제시한 답변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답이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아이 낳는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윌모스 국장은 ‘한국에 어떤 대책이 시급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공식을 가진 사람은 없지만 다음과 같은 전략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양질의 저렴한 보육 ▷유급 육아휴직 ▷근무시간 유연화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일회성 금전적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약간의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지만, 이 효과는 보통 오래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부모가 낳고 사회가 키운다’…포괄적 보육 강조=윌모스 국장이 가장 먼저 꼽은 대책은 부모가 양질의 저렴한(affordable) 보육이다.
그는 “(육아휴직이 끝난 직후부터) 부모의 근무 스케줄에 맞춘 저렴한 양질의 저렴한 보육을 제공하는 게 필수”라며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 벨기에 등은 가족 관련 지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포괄적 보육(comprehensive childcare)’을 제공하는 국가들”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낳고, 온 사회가 키운다’는 포괄적 보육 제도가 필수라는 것이다. 실제 북유럽과 프랑스, 벨기에는 과거 출산율이 급격히 하락했다가 현재 상당한 수준까지 끌어올린 나라들이다. 프랑스는 부모의 결혼 여부, 가정 형태도 가리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무상 보육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윌모스 국장이 꼽은 두 번째 전략은 ‘육아휴직 확대’다. 그는 “육아휴직은 아이의 출산과 정식 보육에 들어가는 시기 사이의 간극을 메우기 위해 필요하다”며 특히 “육아휴직을 쓰는 부모들의 급여가 높을 때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크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육아휴직을 늘리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급여를 주는 유급 육아휴직이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다음 전략은 ‘근무시간 유연화’다. 그는 “유연한 근무시간을 가진 노동 시장은 엄격한 ‘나인투식스(9 to 6)’ 근무 방식을 가진 노동 시장보다 가족 친화적”이라고 했다. 이어 난임 시술 같은 ‘보조 생식 기술’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작지만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내놨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국제적 경험에 따르면 이러한 정책 조치가 출산율 수준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우 높은 교육열과 경쟁 문화 등 ‘한국적 특수성’을 언급하자 윌모스 국장은 “일부 뿌리 깊은 문화적 요인이 변화에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험에 비춰보면 다양한 정책들은 효과를 발휘한다”고 했다.
▶“韓, 인구 변화 최전선…예측할 만한 역사적 경험 거의 없어”=윌모스 국장은 한국의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이후 여성 1인당 1명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며 2021년 0.81, 2022년 0.78 등 최근의 수치들을 언급했다.
윌모스 국장은 오는 2100년까지의 한국 인구 추이 전망치도 보내왔다. 지난 2020년 518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한국 인구는 2021년부터 매년 하락해 2030년엔 5129만명이 된다. 이후 2040년 4932만명, 2050년 4577만명, 2060년 4087만명, 2070년 3591만명, 2080년 3140만명, 2090년 2740만명, 2100년 2410만명 등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윌모스 국장은 이에 대해 “향후 수십년간 출산율이 약간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정을 둔 것은 최근 몇년간 출산율이 매우 낮긴 했지만 앞서 유사한 패턴을 경험했던 국가들이 출산율이 급락한 뒤 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반등한 역사적 경험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례 건수가 많지 않아 인구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미래에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출산율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며 “한국은 인구 변화의 최전선에 있으며, 미래의 동향에 대한 우리의 예측을 안내할 만한 역사적 경험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가 유엔 인구국 업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윌모스 국장은 “유엔 인구국은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포함해 저출산과 그 결과에 대한 문제에 점점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고 있다”며 지난 2021년 세계 인구 정책은 ‘출산율’ 정책에 전념한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존 윌모스 유엔 인구국장 [유엔 인구국(UNPD) 제공] |
한편, 윌모스 국장은 지난 2013년 1월 유엔 인국국장으로 취임한 이래 올해로 만 10년 넘게 유엔의 인구 관련 분석을 이끄는 인물이다. UC버클리대 인구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인구통계학자로 학문적 경력을 쌓다가 유엔에 합류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의 영향, 인구 역학 및 인구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조사하는 50편 이상 논문의 (공)저자이며, 지난 2009~2012년에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은행의 컨설턴트로도 일한 바 있다. 윌모스 국장은 미국인구협회(PAA)와 국제인구과학연맹(IUSSP)의 회원이고, 주요 인구 통계 저널의 편집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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