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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노관규가 누구야" 웅성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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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검사' 순천시장, 서울시공무원 상대로 특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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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관규 순천시장(왼쪽)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31일 강연을 마치고 나란히 걷고 있다. [순천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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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노관규 순천시장이 서울시 공무원들을 상대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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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노관규(62.무소속) 전남 순천시장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최초로 ‘미래서울 아침특강’ 강사로 초빙돼 화제다.

순천시장이 섭외됐다는 소식에 일부 공무원들은 "노관규가 누구냐"며 포털을 검색하는 등 사전 인물탐색에 열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31일 순천시에 따르면 이날 연사로 나선 노 시장은 '순천만·정원·노작가'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순천만을 도심으로 끌어들이자는 막연한 상상력에서 비롯됐다"고 소개했다.

이런 차원에서 순천만에 월동하는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 전봇대를 뽑고, 도심팽창을 막는 '에코벨트' 차원에서 제1회(201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기획, 유치하면서 겪었던 과정을 서울시 공무원들과 공유했다.

올해 제2회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현장과 접목시킨 '삼합(三合) 콘텐츠'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것은 ▲'노 작가'로 불리는 순천시장의 상상력 ▲지혜로운 순천시청 공직자 ▲수준 높은 순천시민의 삼박자가 보태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정원박람회 혁신 콘텐츠는 저류지와 도로를 정원으로 만든 '오천그린광장'과 '그린아일랜드', 그리고 국내 최초 전기유람선인 '정원드림호', 정원속 야외 숙박상품인 '가든스테이, 쉴랑게' 등을 꼽는다.

노 시장은 "인구 30만명이 안되는 중소도시가 하면 대한민국 꼬리를 흔드는 격이지만,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정원도시를 발표하고 실행하는 것은 대한민국 몸통을 흔들고 판을 바꾸는 일”이라면서 “정원도시를 추구하는 서울의 변화가 굉장히 설레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근 순천만정원박람회장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은 서울을 '비움·연결·생태·감성'이라는 네 가지 전략으로 회색빛 도시를 녹색으로 바꾸는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이런 구상을 다듬기 위해 순천을 방문했을 당시 "정원도시 서울을 위한 여러가지 구상에 순천이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순천을) 열심히 공부해서 대도시 중에는 가장 정원에 가까운 도시를 만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당초 1주였던 2023서울정원박람회 기간을 2개월로 늘리고, 내년에는 '순천처럼' 6개월에 걸쳐 국제정원박람회로 확대해 개최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를 위해 오 시장은 뚝섬유원지를 지방정원 ‘뚝섬정원’으로 등록해 국가정원으로 지정받고, 2026년까지 서울에 대규모 공원 6곳과 마을정원 2200여 곳을 조성한다는 목표로 '정원도시, 서울' 만들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강의는 지난 9일 서울시 간부공무원과 함께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방문한 오세훈 시장이 순천시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에 감명을 받고, 정원박람회를 총괄․기획한 노관규 순천시장에게 직접 강연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서울 수장이 소도시 순천시를 방문하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시장을 초빙해 서울시공무원들을 상대로 강의자리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노 시장을 초청한 오세훈 시장은 인사말에서 "순천을 정말 배우고 싶어서 노관규 시장을 이 자리에 모셨다. 전에 순천에서 저에게 해주셨던 만큼 말씀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강의를 들은 ‘정원도시 서울’ 업무를 총괄하는 유영봉 서울특별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노관규 시장의 철학적 높이와 인문적 소양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공간은 다르지만 순천을 참고해 정원도시 서울을 만들어 가겠다”면서 “특히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는 타고르의 명언도 되새기겠다”고 강조했다.

강의를 들은 직원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서울시 미디어담당관실에 따르면 직원들은 “지난 박람회장 방문 시의 감동이 다시 밀려 온다. 시장님의 열정과 창의력, 추진력이 정말 대단하다”, “시장님이 정말 강의를 잘 하신다. 귀에 쏙쏙 들어와 50분이 금방 갔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한 노 시장으로 인해 서울시에 근무하는 순천 출신 출향 공무원들의 어깨가 '으쓱' 올랐다는 등 자부심이 한껏 고취됐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제50회를 맞이한 ‘미래서울 아침특강’은 지난해 7월 오세훈 시장이 취임 직후 각계 명사를 초청해 직원들과 함께 시정 핵심 가치와 미래도시 서울의 비전을 공유하고자 시작한 인재개발 프로그램이다.

특강의 주요 참석대상은 원래 본청 소속 3급 이상 간부, 4급 과장 등 200여 명이 참석하는 중요 행사지만, 이날 노 시장 특강의 경우 각 부서 주무팀장 170여 명과 희망직원이 추가로 참석하면서 450명이 강의를 청취하는 등 열렬한 관심 속에 진행됐다.

그동안 '미래서울 아침특강'에는 산업혁명, 팬데믹, 공간혁신, 청년과 고령화, 경제생태 등을 키워드로 유현준 홍익대 교수,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 윤순봉 전 삼성경제연구소 고문, 윤덕환 마크로밀엠브레인 이사 등 국내 저명 인사들이 강의했다. 지자체장이 강사로 나선 것은 노관규 순천시장이 최초다.

노 시장은 오는 6월 13일에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이 참석하는 산림연찬회에 참석해 정원박람회 성공사례를 강의하는 등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편, 고졸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검사를 지내고 30대 후반 나이에 정치에 입문한 노 시장은 현재 순천시장을 3회째 역임하고 있다.

사시 34회(사법연수원 24기)인 노 시장 동기는 '원희룡·나경원·금태섭·김용남' 등 이름이 많이 알려진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교분이 깊다.

순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정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했고, 이준석 전 당대표도 순천에 방을 얻어 살고 있는 등 호남에서 '국힘' 인물군의 방문이 유독 잦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parkd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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