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단 보고서 소개…EU, 내년에 글로벌플랫폼 허위정보 제거 의무화
가짜뉴스 (CG)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럽 여러 나라는 허위 정보 유포를 막기 위해 법적 규제를 마련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일련의 조치는 허위 정보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관련해 논란을 낳거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사례를 낳는 등 부작용에 직면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31일 펴낸 미디어정책리포트 2023년 2호를 보면 프랑스는 가짜뉴스에 직접 대응하는 '정보조작대처법'을 2018년 제정했다.
이 법은 선거 3개월 전부터 투표일까지 온라인 플랫폼에 허위 정보를 게시하지 못하게 법원이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 허위 정보 확산이 쟁점이 된 것을 계기로 도입됐다.
법원은 문제의 정보가 명백한 허위이고 인위적이며, 대량 배포되어 다가오는 투표의 진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확하거나 허위인 사실의 주장이나 비판으로 인정되는 경우 게시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행정부 기구, 후보자, 정당, 시민단체들이 온라인 정보 유포에 대해 법원에 명령을 요구하면 판사는 48시간 이내에 조치해야 한다.
많은 언론사, 언론학자, 야당 정치인은 이 법이 적용 불가능하며 비효율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허위 정보의 정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검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일의 경우 디지털 플랫폼이 위법적인 콘텐츠나 댓글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신고가 들어 오면 위법성을 판단한 후 24시간 안에 삭제하도록 하는 '네트워크집행법'을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허위 정보뿐 아니라 독일 형법상 범죄가 되는 모든 종류의 게시물이 이 법에 따라 규제받는다.
구글과 메타는 이 법에 규정된 플랫폼 사업자의 신고 의무에 반발해 쾰른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으며 아일랜드에 유럽연합(EU) 본사를 둔 구글과 메타는 독일 정부에 신고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작년 3월 내려졌다.
스페인은 언론매체와 소셜 네트워크의 허위 정보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11월 장관령을 제정하고 초법적 상설 기구를 설립했다.
이런 대응은 정부 구성원으로 이루어진 위원회에서 허위 정보 여부를 판단하고 법안의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언론인 협회나 시민사회 대표들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으며 허위 정보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비판받기도 했다.
헝가리는 정부의 팬데믹 대응을 방해하는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퍼뜨려 정부 대응에 관한 비판이나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2020년 3월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애초 이 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하는 개인이 아닌 미디어와 언론인에게 적용될 예정이었으나 언론인이 아닌 일반 시민이 의견을 게시했다는 이유로 구금되는 사례를 낳기도 했다.
유럽 각국의 가짜뉴스 관련 법적 규제 내용 |
그리스는 허위 정보의 개념을 확대하고 허위 정보 유포의 처벌 수위를 높이도록 형법과 형사소송법을 2021년 11월 개정했다. 이에 대해 국경없는기자회(RFS) 등은 언론인의 직업 활동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탈리아는 법적 조치를 마련하는 대신 가짜뉴스 신고사이트를 개설했다.
언론진흥재단은 유럽 각국의 규제에 대해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규제의 실익과 근본적 가치의 위협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런 가운데 EU 차원에서는 온라인 플랫폼이 유해 콘텐츠를 검열할 의무를 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DSA)이 내년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에 따르면 글로벌 플랫폼은 자사 플랫폼에서 허위 정보, 차별적 콘텐츠, 아동 학대, 테러 선전 등의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위반하면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반복해서 어기는 경우 EU 회원국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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