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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부총리 “尹, 한일 관계 개선에 용단…中에 우리 할말 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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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이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호주 부총리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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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방한한 호주의 리처드 말스(56)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이 “한국은 세계와 지역 내에서 전략적으로 호주의 최우선 국가 가운데 한 곳”이라며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29~30일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된 ‘한·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회의’에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를 대신해 참석했다.

말스 부총리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중앙일보와 만나 “호주의 3대 교역국인 한국은 역사적으로는 물론 향후 안보 협력에서도 매우 중요한 나라”라며 “양국 간 연합 군사 훈련을 확대하고, 군사 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강화하는 등 양국 관계를 격상하기 위한 방안을 한국 국방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스 부총리는 전날 태도국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이날 오전 이종섭 국방장관과 회동했다. 이어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전쟁기념관에서 헌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오후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방문하는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호주는 6.25 한국전쟁 참전국이기도 하다. 그는 “전쟁 기념관에서 조국을 위해 희생한 한국인들, 한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호주 국민이 생각나 감정이 복받쳤다”면서 “2차 세계대전 당시 최대 원조 수혜국이었던 한국은 북한의 위협을 안고서도 오늘날의 경제적 기적을 일궈냈다”며 “그런 나라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어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스 부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안보에 있어 한국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에서 보여준 용단은 한국 정부가 세계와 역내 자국의 역할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가를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인도 태평양 전략’은 호주 정부가 4월 발표한 ‘국방 전략 검토’와 놀랍도록 세계관이 일치한다”며 “핵심은 양국 모두 규칙에 기반을 둔 세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자국의 안보를 집단 안보와 결부시키고 있다는 점”이라고 언급했다.

솔로몬 제도·피지·나우루 등 태도국들은 최근 미·중 전략 경쟁의 각축장으로 급부상했다. 이들과 인접한 호주는 기후 변화 같은 이들 국가가 당면한 현실 문제를 돕는 것으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말스 부총리는 “태도국에서 전략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호주는 안보 문제뿐 아니라 태도국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그들의 파트너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최근 몇 년 새 오커스(AUKUS, 미·영국·호주) 안보동맹과 쿼드(Quad, 미·일본·인도·호주) 협력을 통해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5월 온건 좌파 성향의 노동당 정부가 들어섰지만, 안보 정책은 미국 주도의 대중 견제 전략에 발맞춘다는 핵심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오커스 협력으로 호주는 비핵 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미국의 핵잠 기술을 이전받는 나라가 됐지만, 동시에 중국의 강도 높은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이와 관련 말스 부총리는 “우리 정부는 호주와 중국의 관계가 안정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지난해 앨버니지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났고, 통상 문제도 회복세에 접어드는 등 중국과 협력할 부분은 하자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전제했다. 동시에 그는 “그러나 (양자 관계에)현실적으로 도전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중국과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려 한다. 필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땐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도 이런 호주의 입장에 좀 더 진지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대중 견제 전략인 쿼드에 한국을 추가해 확장하자는 목소리가 국내에서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선 “이번 방한 때 쿼드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한국과 호주의 양자 관계를 격상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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