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모으려면 기업문화 중요" 자율근무로 직원이 행복한 회사 지향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 하면 떠오르는 것이 거대한 물류창고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로봇이다. 로봇청소기를 닮은 납작한 주황색 자율주행로봇 '키바'는 400㎏의 물건을 이고 나른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키바시스템즈를 2012년 1조 원 넘는 금액에 인수해 로봇 수만 대를 물류창고에서 운영하며 주문 처리율을 6배 이상 끌어올렸다.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도 스마트폰을 만드는 선전(深圳) 공장에 사람 대신 키바처럼 생긴 자율주행로봇을 배치했다. 이들이 각 생산라인에 필요한 부품을 실어 나른다.
이제 자율주행로봇은 혁신의 상징이 됐다. 자율주행로봇이란 알아서 목적지까지 경로를 찾아가며 중간에 장애물이 있으면 피해간다. 무거운 물건을 쉽게 나르며 시간과 비용을 절약해주는 자율주행로봇은 생산 및 물류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한 인력 보조재로 꼽힌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쿠팡과 네이버가 각각 물류창고 및 사옥에 자율주행로봇을 도입한 데 이어 현대자동차, 롯데쇼핑 등도 자율주행로봇을 사용할 계획이다.
쌍둥이 형제 천홍석(42), 천영석(42) 공동대표가 2015년 설립한 신생기업(스타트업) 트위니는 국내의 대표적 자율주행로봇 개발업체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이들을 만나 자율주행로봇의 현재와 미래, 로봇만큼이나 독특한 이들의 기업문화를 짚어봤다.
완전 자율주행로봇을 개발한 트위니의 천홍석(왼쪽), 천영석 공동대표가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장난스러운 동작을 하고 있다. 쌍둥이 형제 중 천홍석 대표가 3분 차이로 형이 됐다. 안다은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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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으로 공간 인식하는 완전 자율주행로봇 개발
트위니가 개발한 3종의 완전 자율주행로봇(AMR) '나르고'는 사전에 정해준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기존 자율주행로봇(AGV)과 다르다. AGV는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마커)를 천장이나 바닥에 여러 개 붙여 놓으면 로봇이 이를 따라 움직이며 물건을 나른다. 따라서 마커를 붙이기 위한 기반 시설(인프라) 비용이 들어간다. 공간이 넓으면 더 많은 마커가 필요하다. 만일 마커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로봇 이동에 문제가 발생한다. 식당과 기업의 물류창고에 투입된 일부 로봇들이 마커를 따라 움직인다.
트위니가 개발한 완전 자율주행로봇은 마커가 필요 없다. 대신 레이저를 쏘는 3차원 라이다 센서로 장애물과 벽 등 공간을 파악해 지도를 그린 뒤 이 안에서 움직인다. 로봇청소기 등에 들어가는 일반 라이다 센서는 공간이 넓고 사람이 많으면 지도를 그리기 힘들어 위치 인식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천홍석 대표는 3차원 라이다 센서를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관련 특허만 국내외에서 46건을 출원했다. "사람은 3차원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현재 위치를 쉽게 알아요. 3차원 라이다 센서는 사람의 눈처럼 공간을 입체로 인식해요. 여기서 불필요한 정보를 제거해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죠."
따라서 나르고는 마커를 붙일 필요가 없어 초기 비용이 들지 않고 기존 시설에 바로 투입해 활용할 수 있다. 짐도 최대 5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다. "작업 공간에 사람이 많아도 알아서 피해가기 때문에 사람들과 섞여 일할 수 있어요. 삼성그룹 계열사, 일본 베어링 업체 NSK 국내 공장 등에서 쓰고 있죠."
트위니의 자율주행로봇 '나르고'. 3차원 라이다 센서로 공간을 인식해 이동하며 장애물을 알아서 피한다. 트위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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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형 서비스로 로봇 제공
특정 물건을 집어 올리는 오더피킹 로봇도 개발해 이달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오더피킹 로봇은 창고관리 소프트웨어(WMS)와 연동해 물류창고에서 많이 사용한다. 이들이 개발한 오더피킹 로봇은 사람을 찾아간다. "오더피킹 로봇은 WMS에서 받은 정보에 따라 창고 내 해당 물품이 있는 위치로 이동하죠 . 물건을 바구니에 넣는 일은 사람이 하고 로봇은 이를 실어 날라요. 공간 제약이 없어 100만 평 규모의 큰 공간도 문제없어요."
천홍석 대표에 따르면 여러 군데서 오더피킹 로봇 주문이 들어왔다. "이달부터 여러 물류창고에 투입돼요. 대기업들도 반응이 뜨거워 여러 곳과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가격은 나르고는 3,000만~8,000만 원, 오더피킹 로봇은 4,000만 원대다. 완제품으로도 판매하고 다달이 이용료를 받는 구독형 서비스로도 제공한다. "구독형은 월 100만 원입니다. 24시간 돌아가는 물류센터는 보통 3교대로 일하는데, 로봇은 충전시간 제외하고 주당 평균 126시간 일할 수 있어요."
그만큼 사람들의 일자리에 위협일 수 있다. "기존 종사자들이 위협을 느낄 수 있죠. 정부와 업계가 이 부분에 대해 해결방안을 함께 찾아야 해요. 로봇이 투입돼 달라지는 만큼 사람을 위한 일자리에도 변화가 필요하죠."
로봇은 모두 국내 외주업체에서 만든다. "월 1,500대 생산이 가능합니다. 국내에서 생산하면 소통이 편하고 기술력이 우수하며 유지보수가 편한 장점이 있죠."
천홍석 트위니 공동대표가 완전 자율주행로봇 나르고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전자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경로 표시용 마커가 필요 없는 나르고를 개발하며 국내외 46개 특허를 출원했다. 안다은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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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이 행복한 회사 추구…근무시간 없는 자율근무, 여성 위해 온돌소파 구비
형제는 창업 때부터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천홍석 대표는 이를 인재 유치의 비결로 꼽았다. "별로 가진 것 없는 스타트업이 우수 인재를 유치하려면 조직문화가 중요해요."
대표적인 것이 근무시간이다. 이 업체는 주당 근무시간을 따로 정해 놓지 않았다. "직원들이 알아서 하고 싶은 만큼 일해요. 법정 근로시간을 안내하지만 주당 40시간보다 적게 일해도 상관없어요. 실제 주 40시간 이하로 일하는 직원이 많아요."
천영석 대표는 근로시간이 길다고 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근로시간이 적다고 일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근로시간으로 닦달하지 않아요. 다만 이런 방식은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기업에 똑같이 적용할 수 없어요. 업종 특성을 무시하고 무조건 법과 제도로 주당 근로시간을 정하면 어려움이 생길 수 있죠."
출퇴근도 자유롭다. "출근하고 싶을 때 나오면 돼요. 대신 협업을 위해 최소한의 약속 시간만 정하면 됩니다. 오후 7, 8시에 출근하는 직원도 있어요."
단, 재택근무는 하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서 일해야 연계 효과가 크다고 봐요. 그러나 대전 본사에서 근무하기 힘든 상황이나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사내인사위원회에서 해당 직원의 재택근무를 결정해요."
자율근무를 시행하려면 평가와 보상이 확실해야 한다. "자유로움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래서 성과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고 여기 맞춰 철저하게 보상하는 것이 중요해요. 같은 일을 하는 동기간에도 평가에 따라 연봉 차이가 아주 많이 나요."
이를 통해 형제가 추구하는 것은 직원이 행복한 회사다. "직원이 행복하면 업무 성과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어요. 그런 것들이 직원들 얼굴에 나타나요. 가끔 대기업들이 회사에 견학 오면 '직원들 표정이 왜 이리 밝냐'는 말을 많이 하죠."
그래서 직원들의 건강도 각별하게 챙긴다. "대전 본사에 바리스타를 정직원으로 채용한 사내 카페가 있어요. 바리스타가 직원들을 위한 음료를 개발하죠. 운동시설과 샤워장도 갖췄고 여성 휴게실에 여성 건강을 위해 온돌소파까지 구비했어요."
덕분에 8년 차의 이 업체는 직원이 160명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개발자가 108명, 그중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 36명이다. 천홍석 대표는 인재 영입의 비결이 "기업문화"라고 단언했다.
천영석 트위니 공동대표는 중진공에서 8년간 일했다. 그는 인재 유치를 위해 기업의 조직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다은 인턴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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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이 가른 형과 아우, "세계 1위 로봇 기업 목표"
3분 먼저 세상에 나와 형이 된 천홍석 대표는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에서 전기전자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생 천영석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와 2015년까지 공공기관인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에서 8년간 일했다.
형제는 고교 시절부터 창업을 꿈꿨다. "동생과 창업 이야기를 오래 했어요. 로봇 개발업체를 창업하고 싶은데 혼자서 자신이 없어 동생과 의논했죠. 동생이 논의 일주일 만에 중진공을 그만두고 합류해 창업을 했죠." 형은 개발을, 동생은 관리와 마케팅을 맡았다.
투자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223억 원을 받았다. "미래에셋증권, 신한벤처투자, KT인베스트먼트 등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으로도 선정됐죠. 상반기 중 300억 원을 목표로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고 있어요."
매출은 지난해 30억 원을 달성했고 올해 100억 원이 목표다. "아직 적자이지만 내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두 가지 신형 로봇을 더 내놓는다. "하반기에 공장에서 부품을 나르는 공장용 로봇과 생활현장에서 쓰는 배달 로봇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배달 로봇은 승강기도 탈 수 있죠. 두 가지 모두 개발이 거의 완료 단계입니다."
해외 시장도 본격 공략한다. "내년 초 미국에 진출할 생각입니다. 미국은 오더피킹 로봇 시장이 압도적으로 커요. 이를 위해 조만간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와 보험업자 안전시험소(UL) 인증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세계 1위 로봇 업체가 되는 것이 형제의 꿈이다. "로봇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자율주행로봇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것입니다. 여기 맞춰 함께 성장해야죠."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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