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연인에 28번… 협박 문자도
2심 ‘일부 무죄 판단’ 뒤집어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A씨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에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 18일 사건을 부산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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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10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29번에 걸쳐 B씨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 혐의(스토킹처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연인 관계였던 B씨가 관계를 단절하자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약 7초간 통화했다. 이후에는 ‘발신 번호 표시제한’ 방법으로 수십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B씨는 이 전화들을 받지 않았다. A씨는 연락이 닿지 않는 B씨에게 협박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9회 보낸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 등)도 받았다.
1심은 A씨의 혐의 전부를 유죄로 인정하며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2심 법원은 B씨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 전화’로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스토킹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피해자 휴대전화에서 벨소리가 울렸더라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 ‘음향’(벨소리)을 보냈다고 할 수 없고, 휴대전화에 표시된 ‘부재중 전화’가 피고인이 보낸 ‘글’(발신번호·부재중 전화 문구 표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의 근거가 된 2005년의 대법원 판례를 이번 사건에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당시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2021년 10월)되기 전이라 정보통신망법으로 스토킹 행위를 처벌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피해자에게 송신되는 음향 자체가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내용일 것을 요구했지만,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 행위는 ‘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해’ 음향·글·말 등을 도달하게 하면 족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화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면 스토킹 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피해자가 전화를 수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 행위에서 배제하는 것은 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토킹 행위가 반복되어 불안감·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수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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