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이야기 그린 하람 작가 인터뷰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연합뉴스에서 만난 하람 작가는 웹툰 '쉼터에 살았다'를 그리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하람 작가 캐릭터 |
'쉼터에 살았다'는 가정폭력 피해자인 작가가 청소년 쉼터에서 지내며 겪은 일상을 담백하게 그린 자전적인 웹툰이다.
쉼터는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의식주부터 의료, 법률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복지시설이다.
청소년 쉼터라고 이름이 붙었지만, 만 9세부터 24세까지 보호하기 때문에 당시 22세였던 작가도 입소할 수 있었다.
19살에 이미 웹툰 작가로 데뷔했고 대학에도 들어갔지만, 가정폭력을 못 견디고 무작정 집을 나온 하람 작가는 고시원을 전전하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고 있었다.
하람 작가는 "집을 나왔을 때 제일 걱정되는 것은 돈"이라며 "돈이 없어도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쉼터에서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지지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집을 나온 뒤 친구 자취방에서도 지냈고, 숙식이 제공되는 공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고시원에서도 살았다"며 "혼자 고시원에 있을 때 나같이 사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 같아 너무 외로웠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무서웠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쉼터에 가니 제가 일반적인 사람이 된 느낌이었고, 거기서 위로를 많이 받았다"고 회고했다.
웹툰 '쉼터에 살았다' |
'쉼터에 살았다'는 쉼터를 상세히 소개하는 정보성 웹툰이자 일상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가정폭력과 그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가 묵직하게 자리하고 있다.
쉼터에 있는 많은 이들이 작가처럼 가정폭력으로 힘들었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역시 가해자와는 멀어졌지만, 마음의 상처로 우울증을 앓았다.
그는 "엄마한테 들었던 말들을 까먹고 있다가도 가정폭력 인터뷰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면 플래시백 되는 것처럼 그때 상황이 떠오르고 '나도 이랬었는데' 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하더라"고 말했다.
다만, 가정폭력과 피해자의 자해 시도 등을 다루면서도 이를 자극적으로 그리지 않았다.
작가는 "일부러 폭력 수위를 높이지 않으려고 그리지 않은 내용도 많다"며 "과하게 자극적이면 폭력 피해 당사자는 보기 힘든 작품이 될 것 같았고, 또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만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폭력 생존자가 쓴 에세이나 웹툰 등을 보면 수위가 센 경우가 많다"며 "그런 내용을 보면 '내가 겪은 것은 이 정도는 아니니 가정폭력은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될 수 있다. 그런 작품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웹툰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은 물론 여러 독자의 마음을 울려 리디에서 2020년 차기대세상을 받았고, 다음 달 단행본으로도 나올 예정이다.
웹툰 '쉼터에 살았다' 단행본 표지 |
현재 20대 후반인 하람 작가는 쉼터를 나온 뒤 보금자리를 따로 구했다. 친가족보다도 가족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친구들을 얻었다.
차기작으로는 또 다른 가정폭력 피해자와 3년간 한집에 살면서 친자매처럼 지낸 이야기를 인스타툰(인스타그램 연재 웹툰) 형식으로 풀어낼 예정이다.
"혈연으로 연결되거나 성적인 사랑이 없더라도 충분히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어요.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도망치는 방법이 결혼인데, 꼭 결혼이 아니어도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어요."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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