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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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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에 첫 칸영화제 초청 박정수 "내게 이런 행운이 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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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데뷔 51년 만에 칸 입성

연합뉴스

'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박정수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16년 만에 영화를 작업하자마자 칸에 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이야, 나한테 이런 행운이 오다니' 생각했어요."

51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배우 박정수는 칠순의 나이에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경험을 했다.

'거미집'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칸국제영화제에 처음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진출해 지난 25일(현지시간) 2천여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상영됐다. 박정수는 시사회는 물론이고 레드카펫 행사에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26일 칸에서 만난 박정수는 "나는 영화보단 TV 드라마에 특화된 배우"라며 "여기 오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어느 날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친구가 김지운 감독님 작품이라며 '거미집' 시나리오를 주더라고요. 전 처음에 '김지운이가 누군데?'하고 무식한 얘기를 했어요. 하하. 그리곤 집에 가서 우리 영감한테 이 얘기를 했더니, '이 사람아, 당연히 해야지! 아무 역이나 달라고 해'라고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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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 속 박정수(오른쪽)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감독 기열(송강호 분)이 걸작을 만들기 위해 촬영을 마친 영화를 다시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박정수는 기열이 만드는 작품에 출연하는 노장 배우 오 여사를 연기했다.

박정수는 김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나를 왜 캐스팅했어요?"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딕션(발음)이 좋아서"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보통 대본 리딩을 할 때 배우진 여럿이 함께 맞춰보거든요. 근데 김 감독은 일대일로 면접하듯이 리딩을 시키더라고요. 전 배우를 하는 동안 떨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에요. 심지어 김수현 작가님 앞에서도 안 떨어요. 근데 김 감독 앞에서는 엄청나게 떨었어요."

그가 맡은 오 여사 역은 70년대 배우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극중극을 통해서는 복수에 대한 욕망으로 광기에 사로잡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인물이다. 영화 한 편에 두 가지 연기를 하는 셈이다.

그는 "한 작품에 두 가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자 숙제였다"고 했다.

"또 기존에 해온 홈 드라마와는 달리 칼을 쓰거나 하는 장면이 있잖아요. 이런 연기를 해보는 게 처음이니까, 처음엔 김 감독에게 '출연 제의는 고마운데 못할 것 같다'고 했어요. 감독님은 '그냥 하세요. 제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요' 격려해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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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으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진과 김지운 감독. 박정수는 왼쪽에서 세 번째.
[AFP=연합뉴스]


그는 칸에서 '거미집'이 공개되고 나서는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한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 중에 내가 가장 못했던 것 같다"고 몸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연기보다 관객들의 반응에 더 집중했다.

박정수는 "스크린을 보면서도 정신의 절반은 관객들에게 팔려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면서 "나는 그 시대를 경험한 사람이라 영화가 재밌을 수 있는데, 외국인에게도 그게 느껴진다는 게 참 희한하더라"며 웃었다.

"정말 긴장됐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어요. '거미집'은 제 연기 인생에서 굉장히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거예요. 앞으로 제가 배우를 하면 얼마나 더 하겠어요. 영화를 몇 개나 더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거미집'은 영화에 대한 제 마음가짐을 새롭게 키워준 작품입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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