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경의 아이언샷. |
(이천=연합뉴스) 권훈 기자 = 2019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인왕 이재경은 2차례 우승에 4번 준우승이 말해주듯 경기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쇼트게임에서는 영 자신이 없었다.
그는 "100타 치는 주말 골퍼 수준"이라고 자신의 쇼트게임을 자평한다.
국가대표를 하던 고교 시절부터 쇼트게임은 '입스' 수준이었다고 그는 털어놨다.
웨지를 잡으면 왼손에 힘이 멋대로 들어갔다가 빠지는 등 통제가 안 됐다.
그는 "파온이 안 되면 큰일 났다는 생각밖에 안 났다"고 말했다. 그린 주변 러프에서 웨지 대신 퍼터를 잡는 일도 많았다.
지난 겨울 미국에서 치른 전지훈련 때 이재경은 쇼트게임 연습에 매달린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웨지 그립을 야구 선수가 배트를 잡는 방식으로 쥐면서 이재경은 웨지샷 때 왼손 통제가 수월해졌고 쇼트게임 실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재경은 25일 경기도 이천시 블랙스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KB금융 리브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 1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쳤다.
다른 선수들이 경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1위로 경기를 끝낸 '클럽하우스 선두'에 나선 이재경은 시즌 첫 우승이자 2021년 제네시스 챔피언십 제패 이후 2년 만에 통산 3승 고지에 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블랙스톤 골프클럽과 악연을 떨쳐낸 게 반가웠다.
그는 신인이던 2019년 이곳에서 이틀 연속 80타를 쳤고, 2021년에는 1라운드에서 79타를 치고 기권했다.
작년에는 코스가 두려워서 아예 출전도 하지 않았다.
이날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재경은 18번 홀까지 파 행진을 벌이다 1번 홀(파5)에서 첫 버디를 잡았다.
3번 홀(파3) 버디에 이어 5번 홀(파5) 보기를 6번 홀(파4) 버디로 만회한 뒤 8번(파4), 9번 홀(파4) 연속 버디로 첫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최근 참가한 4개 대회에서 4위-7위-7위 등 3연속 톱10에 오른 이재경은 "요즘 워낙 샷이 좋아서 초반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9홀 연속해서 파를 할 때도 기회를 기다리며 인내했다"면서 "어려운 코스에서 4언더파에 대만족"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상승세를 그동안 약점이던 쇼트게임 실력 향상을 첫손가락으로 꼽았다.
지금도 쇼트게임 연습이 최우선 순위라는 그는 대회 때도 골프장에 도착하면 샷보다는 쇼트게임 연습을 맨 먼저 한다고 소개했다.
이재경은 "바라는 수준이 100점이라면 연습 때는 90점 정도 나온다. 실전에서는 아직 70점쯤"이라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100점이 되면 우승 기회가 더 많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초반 3개 대회에서 내리 컷 탈락했던 이재경은 "나태했고 쉽게 포기했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느지막이 일어나 집을 나서던 이재경은 요즘은 오전 6시면 잠에서 깨어나 늦어도 8시면 골프장에 도착해 연습을 시작한다.
그는 "골프 말고는 다른 쓸데없는 짓은 다 없앴다"고 덧붙였다.
이재경은 "3주 연속 톱10 했다고 자만하지 않으려 한다"면서 "남은 사흘 동안 욕심내지 않고 한 홀, 한 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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