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예정자 정해지면 법원 허가 얻어 인수·합병 진행
운항 중단에 이용객 불편 속출…관광 활성화 '빨간불'
적막감 감도는 양양공항 국내선 카운터 |
(춘천·양양=연합뉴스) 이종건 이해용 양지웅 기자 = 강원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하는 플라이강원이 23일 기업회생신청을 했다.
플라이강원은 경영난을 이유로 이날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매출 감소와 누적된 부채와 운항 중단에 따른 유동성 부족, 2022년 말부터 추진한 투자 협상 결렬, 경영진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가 불가한 상황을 사유로 들었다.
또 회생절차 안에서 매각을 통해 경영을 정상화하는 것이 유효하고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서울회생법원이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리면 플라이강원은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M&A(인수·합병)를 진행할 계획이다.
스토킹 호스는 사냥꾼이 사냥감을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이 타던 말을 먼저 보내고 쫓아간다는 것에서 기원했는데 인수 예정자와 사전 계약을 한 뒤 공개경쟁 입찰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플라이강원의 회생 개시 여부는 한 달 내로 결론 나고, 인수 예정자만 빨리 나오면 6개월 이내에 회생 절차가 종결될 수도 있다.
다만 인수자가 나오지 않으면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지만 플라이강원이 스토킹 호스 방식을 선택한 것은 관심 있는 사람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운항 멈춘 플라이강원 항공기 |
플라이강원이 지난 20일부터 국내선 운항을 전면 중단함에 따라 이용객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19일 양양에서 제주로 출발하는 비행기는 정상적으로 운항했지만, 플라이강원이 20일부터 운항 중단에 들어가면서 22일 제주에서 양양으로 돌아오는 표를 새로 구해야 했다.
길씨는 "출발 전날 저녁에 갑자기 돌아오는 표가 취소됐다는 문자를 (플라이강원으로부터) 받았다"며 "급하게 원주로 돌아오는 표를 구하느라 애초 양양으로 돌아오는 금액보다 더 비싸게 결제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 사는 현모(49·춘천시)씨의 부모는 오는 26일 딸이 사는 춘천을 방문하고자 플라이강원을 타고 양양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급히 다른 항공편을 구해야 했다.
침묵 흐르는 플라이강원 본사 |
항공사 측은 구매한 항공권 요금은 전액 환불하고, 별도의 항공편을 이용할 수 있도록 편도 당 10만원 이내의 배상금을 지급한다고 홈페이지에 알렸다.
또 오는 24일까지는 양양공항∼원주공항 간 임시 무료 셔틀버스는 하루 2차례 운영하고, 원주공항 외 다른 공항을 선택한 고객에게는 1인당 3만원을 지급한다.
플라이강원이 기업회생 신청을 하면서 양양공항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일자리 창출 등의 파급 효과를 기대했던 지방자치단체의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올해는 국토교통부, 양양군 등과 항공화물운송사업 재정지원금을 신설하고 2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2026년까지 화물터미널 구축에 307억원을 투자하고, 외국인 단체 관광객 무사증 입국제도를 내년 5월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인적이 뚝 끊어진 양양공항은 다음 달 11일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인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를 구현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썰렁한 양양 공항 주차장 |
강원특별자치도는 양양공항을 통해 글로벌 관광산업을 강화하고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한 비전을 준비해왔는데 항공기 운항 전면 중단 사태는 돌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올해 20억원에 이르는 재정지원금을 지원한 양양군은 플라이강원의 기업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를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군은 현금으로 회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만큼 군 소유 부지에 건립한 플라이강원의 사옥을 가압류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강원도는 다른 저가 항공사와 협의해 대체 편을 띄우는 방안 등을 관계 당국과 긴밀히 논의하는 등 특정 항공사와는 별개로 양양공항이 모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다는 방침이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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