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 6번 전화, 5번 부재중…1차례 문자 보내
전화통화 중 남자친구와의 스킨십 집요하게 물어
거부의사 밝히자 ‘숨은 뜻 파악 못 하냐’ 되묻기도
法 “전화 받아야만 스토킹?…불합리한 결과 초래”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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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영진)는 스토킹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3)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이와 함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 11월 국내 패키지여행에서 알게 된 20대 여성 B씨에게 사흘간 6차례 전화하고 1차례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그는 첫 번째 전화에서 B씨와 22분간 통화하고 이후 5번 더 전화를 시도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나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의 각 행위가 스토킹 행위 내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A씨가 5번 더 전화한 것에 대해서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벨 소리’를 상대방에서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고 ‘부재중 전화’ 표시는 통신사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해 글이나 부호를 도달하게 한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5년 전화기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에서 송신된 음향이 아니므로 반복된 전화기의 벨 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게 해도 이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 전화를 거부하고 여행 중 A씨를 피한 경위를 봤을 때 A씨 행위가 공포심과 불안감을 일으키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B씨는 조사 과정에서 A씨가 “조폭 생활을 오랫동안 했다”는 말을 들었고 그가 식사 자리 중 “절대로 먼저 전화하는 일 없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음 일정에서도 A씨를 계속 마주쳐야 해서 연락처를 줬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이후 첫 번째 통화에서 A씨는 B씨에게 남자친구와의 스킨십을 집요하게 물었고 B씨가 거부 의사를 밝히자 ‘이런 질문을 하는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느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심 재판부는 전화기 벨 소리와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도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스토킹처벌법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 부호,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A씨의 행위는 스토킹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아야만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고 해석한다면 발신 행위 자체로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갖게 됐음에도 전화를 받을 때만 범죄가 성립되는 이상하고도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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