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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추가경정예산 편성

30조 세수펑크에 추경 없다는 정부…예산 불용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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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예산 대비 세수가 30조가량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불용’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현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배치되는 만큼 집행이 부진할 만한 사업 예산으로 세수 결손을 메우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세수 결손 시 예산 불용률이 높았던 외교 부문도 여유분이 없을 것으로 보여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계일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싱 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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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부족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예산 불용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세수 결손으로) 부족한 재원은 기금 여유 자금 등을 활용하거나 연내 재정집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는 사업이 확인되면 집행 효율화 차원에서 이를 관리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불용 검토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국가재정에서 불용은 편성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편성된 사업이 중지되거나 해당 연도에 집행될 수 없는 다른 사정이 발생하는 등 어쩔 수 없이 불용이 생기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세입이 부족할 때 인위적으로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용과 인위적인 불용 두 가지 모두 국가 경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편성된 예산을 그에 맞게 쓰지 않았다는 것은 다른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고, 인위적으로 예산을 쓰지 않는 것은 필요한 사업을 집행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후의 수단으로 하반기에나 떠오를 불용이 벌써부터 언급되고 있는 건 세수 부족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들어온 국세 수입은 87조1000억원 정도다. 지난해 같은 시점 11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24조원이 부족하다. 4월부터 연말까지 작년과 같은 규모의 세금(284조8000억원)이 들어온다고 가정해도 연말 기준 국세수입은 371조9000억원에 그쳐 정부의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28조6000억원 모자라게 된다.

세입이 부족한 상황에서 책정된 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위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배치된다. 정부가 예산 불용을 고육책으로 살펴보고 있는 배경이다. 추 부총리는 이미 여러 차례 “추경은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 평균 불용액은 10조8491억원이다. 이월액 3조5612억원을 합친 미집행액으로 봐도 14조4103억원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인 2021년으로 한정해 봐도 불용액은 14조4894억원 수준이다. 이월액은 4조2499억원으로 나타냈다. 이·불용을 합친 미집행액은 18조7393억원을 기록했다. 2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게다가 역대 정부에서 세수 결손 발생 시 주로 전용하던 통일·외교 불용액도 과거만큼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일 방미 등 윤 대통령의 잇따른 해외 순방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해외 순방 등으로 외교 예산 집행이 평상시보다 크기 때문이다. 대규모 세수 결손이 발생한 2009년, 2014년, 2015년 통일·외교 불용률은 각각 33.6%, 30.2%, 30.3%였다.

더 큰 문제는 경기 침체의 악순환이다. 당초 예상보다 하반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 지출마저 줄어들 경우 경기 대응 여력이 추가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올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종전 2.4%에서 2.1%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산 불용을 하게 되면 기존 경제성장 전망을 더 하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적자 급증, 비기축통화국 지위, 급속한 고령화 등 한국의 현 상황과, 국내외의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예산 불용 등의 허리띠 졸라매기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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