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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내일 '한인 원폭 위령비' 참배… 과거사 메시지 나오나

뉴스1 노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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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기시다, 내일 '한인 원폭 위령비' 참배… 과거사 메시지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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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정상회담서 일본 측이 먼저 제안… "참배 자체에 의미"

日 '전쟁 가해 책임·반성' 없이 '모두가 피해자' 부각될 수도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제공)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21일 일본 히로시마(廣島)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이하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다.

이런 가운데 외교가에선 기시다 총리가 이번 위령비 참배를 계기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19일부터 히로시마를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회의 마지막날인 21일 기시다 총리와 함께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이하 공원) 내 위령비를 찾을 계획이다.

한일 정상이 함께 참배하는 이 위령비는 지난 1945년 8월6일 미군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앞당기고자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 '리틀보이'에 희생된 조선인 2만~3만여명을 기리는 비석이다.

이들 조선인 희생자 가운데 상당수는 당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등을 이유로 일본에 끌려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직 일본 총리가 이 위령비를 참배한 건 1999년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총리가 유일하다. 오부치 총리는 그해 8월 공원에서 열린 원폭 희생자 위령을 위한 '평화기념식'에 참석했다가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즉석에서 헌화·참배했다. 반면 우리 대통령은 아직 위령비를 찾은 전례가 없다.


1970년 재일대한민국거류민단 주도로 히로시마시 혼가와(本川) 아이오이(相生)교 인근에 세워졌던 이 위령비는 1997년 7월 현 위치로 이전됐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이번 위령비 공동 참배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역사적 함의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공동 참배는 기시다 총리가 이달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당시 윤 대통령에게 먼저 제안했다고 한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뉴스1 ⓒ News1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뉴스1 ⓒ News1


이와 관련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 총리의 위령비 참배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며 "한일 간 과거사 문제, 그 중에서도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역사 인식에 관한) 화답을 구체화된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앞서 7일 한일정상회담 뒤 공동 회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들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한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는 개인적 심경을 밝힌 적이 있다.

아울러 그는 앞선 3월 한일정상회담 때 "1998년 10월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힌 사실을 들어 "일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엔 과거 일본이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명문화돼 있다.

이와 관련 우리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기시다 총리가 이번 위령비 공동 참배를 제안한 데 대해 "과거 식민지배 당시 희생된 한국인들에 대한 마음의 표시"(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란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일본 측의 위령비 공동 참배 제안을 '선의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간 일본 정부·정치권이 히로시마의 이 공원을 '일본인은 원폭 피해자. 따라서 일본은 전쟁 피해국'이란 식으로 자국의 전범국가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이용해온 측면도 있단 이유에서다.

실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엔 미국과의 전쟁이 원폭 투하로까지 이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내용의 전시물만 설치돼 있을 뿐 일본의 전쟁 가해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성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한일 정상들의 이번 위령비 공동 참배 일정이 "양국 모두 역사의 피해자란 점만 부각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일본은 '피폭의 참상을 알리겠다'는 취지에서 1950년대부터 60년대 초에 걸쳐 원자폭탄이 떨어진 폭심지 근처에 이 공원을 조성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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