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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방일···원전시설 ‘검증’ 없는 ‘둘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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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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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현장 시찰단이 오는 21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해 시찰 활동에 돌입한다. 시찰단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등 오염수 정화·방류 주요 설비를 집중적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검증이 아닌 확인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향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 결과를 따라야 하는 한계가 있어 실효성 논란을 떨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시찰단 구성과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정상회담에서 시찰단 파견에 합의한 이후 한·일 양국이 국장급·실무급 협의를 거쳐 확정했다.

시찰단은 정부 측 전문가 21명으로 확정됐다. 시찰단장은 유 위원장이 맡았다. 한국원자력기술원의 원전시설 및 방사선 분야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이 참여한다. 예고한 대로 민간 전문가는 포함하지 않았다. 대신 별도의 자문그룹을 만들어 시찰 활동에 대한 민간 전문가의 평가 의견 등을 듣기로 했다.

시찰 기간은 오는 21일부터 26일까지 5박6일 간으로 확정됐다. 박 차장은 앞서 밝힌 나흘에서 이틀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확인해야 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며 “(기간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고 일본 측도 공감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준비·마무리하는 일정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시찰은 오는 22~25일 나흘간 이뤄진다. 시찰단은 22일 도쿄전력,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들과 기술회의를 갖고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지하수 관리 현황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23~24일 이틀간 후쿠시마 제1원전 현장을 방문해 오염수 정화·방류시설 설치 상태와 성능 점검 결과, 오염수 농도분석 결과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현장 점검 결과를 토대로 25일 도쿄전력, 경산성,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관계자들과 추가 기술회의를 열어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와 탱크 오염수 분석값 등을 논의한다.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 시찰의 경우 앞서 일본 측이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상에 포함됐다. 박 차장은 “알프스의 경우 저희 요구를 (일본이) 거의 다 수용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알프스는 가장 집중적·중점적으로 보려고 하는 굉장히 중요한 설비”라고 말했다. 오염수가 방류 전 단계에서 거치는 ‘K4 탱크’도 중요 시찰 대상이라고 유 위원장은 밝혔다.

다만 알프스 시설에 대한 접근은 다소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 차장은 “방사능 피폭 우려 때문에 당초 저희 생각보다는 안전성 측면에서 관리가 필요한 것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가능한 범위에서 현장에 접근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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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왼쪽)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시찰단 구성과 관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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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찰단 활동은 오염수 안전 검증까지 나아가지 못해 실효성 떨어진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확인’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하며 일본 측 시설과 자료를 둘러보는 수준임을 시사했다. “IAEA하고 공동으로 검증 내지는 점검을 하고 있는데 이걸 확인하는 일련의 과정”(박 차장)이며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에 중점을 둬 시찰지를 정했다”(유 위원장)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시찰 논의 초기부터 검증에 선을 긋고 ‘설명’ 차원임을 강조해왔다.

독자적인 오염수 시료 채취는 IAEA가 이미 검증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박 차장은 “(시료 채취와 분석은) IAEA와 국제사회가 공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IAEA와의 신뢰 문제 등을 고려해 협상 과정에서 일본 측에 시료 채취 필요성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유 위원장은 “IAEA 검증팀이 채취한 (오염수) 시료를 교차분석을 위해 4개국 기관에 맡겼고 그중 하나가 원자력안전기술원”이라며 “저희들이 오염수 시료 분석은 끝냈고 그 결과를 IAEA에 넘긴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 있는 ‘환경시료’는 이미 지난해 IAEA가 채취했다”며 “환경시료도 저희들이 갖고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시찰단이) 현장 확인했더니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희 역할”이라며 “그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가 IAEA 검증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

시찰단에 민간전문가뿐 아니라 안전 문제를 이유로 한국 취재진 동행도 허용하지 않아 시찰 자체에 대한 객관적 검증도 제약됐다. 박 차장은 “부가적인 것들을 신경 안 쓰고 조사(시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며 언론에 일방적인 협조를 요구했다.

야당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한다며 시찰단 파견을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찰단 파견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어떠한 방법으로 검증하고자 하는지 왜 말해주지 않는 것인가”라며 “제발 일본에 오염수 방출의 명분을 주기 위해 견학단을 보내지 말라”고 주장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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