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18일(이하 현지시간) 바레인 마나마의 이사 스포스시티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8강 리그에서 기존 주전들의 공백을 절감하며 세트스코어 0-3(21-25 19-25 19-25)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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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패배로 대한항공은 조별 예선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바양카라에게 당한 패배(1-3 패)까지 합쳐 2패를 떠안게 됐다. 같은 시간 열린 자카르타와 몽골의 바양홍고르의 맞대결에서 자카르타가 3-0 완승을 거두면서 대한항공은 19일 바양홍고르에게 승리를 거둬 1승2패가 되더라도 이미 2승을 확보한 산토리, 자카르타에게 밀려 4강에는 오를 수 없다.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조별예선 두 번째 경기부터 가동 중인 세터 유광우,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정한용, 미들 블로커 김민재-진지위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이번 대회에 선수단과 동행하고 있지만, 부상으로 재활 중인 세터 한선수, 미들 블로커 김규민의 부재와 ITC(국제이적동의서) 미발급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링컨 윌리엄스 없이 대한항공이 꾸릴 수 있는 베스트 라인업이다.
1세트 초반 6-6까지 팽팽하게 균형을 이루며 흘러가던 경기는 대한항공의 범실로 끌려가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대한항공은 1세트에만 서브와 공격 등에서 9개의 범실을 저지르며 무너졌다. 세트 후반 16-18까지 따라붙었지만, 세계 최고의 미들 블로커로 꼽히는 드미트리 무셜스키(러시아)가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을 선보이며 승기가 확 기울었다. 산토리에서는 주 포지션이 아닌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서는 무셜스키는 218cm의 압도적인 신장에서 터져나오는 타점 높은 전위 오픈 공격을 성공시킨 데 이어 정한용의 리시브 범실로 16-20까지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오른쪽 퀵오픈과 정한용의 페인트 공격까지 블로킹해냈다. 무셜스키의 원맨쇼로 순식간에 점수차가 6점까지 벌어지면서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2세트도 초반 1-4로 불리하게 출발했지만, 대한항공은 오른쪽 측면에서 제 몫을 다 해준 임동혁의 맹활약을 앞세워 세트 중반 15-15 동점까지 만들었다. 2세트를 따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이 피어나는 순간 또 다시 무셜스키의 고공 강타가 불을 뿜었다. 무셜스키가 백어택과 오픈 공격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 기세가 올랐고, 진지위의 속공으로 분위기를 바꾸는 듯 했으나 산토리가 두 번의 공격과 서브 득점까지 성공시켰고, 임동혁의 공격 범실까지 터져나오면서 점수차는 16-21로 크게 벌어졌다.
무셜스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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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셜스키의 존재감은 단순히 공격 득점으로만 설명할 수 없었다. 무셜스키가 측면에서 도사리고 있어 대한항공 블로커들은 코트 가운데를 제대로 견제하기 힘들었고, 산토리의 세터 마사키 오야는 이를 이용해 2세트 후반 세 번 연속 속공을 만들어내며 2세트를 가져왔다. 특히 V리그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왼손잡이 미들 블로커 켄지 사토의 속공 타이밍을 대한항공 블로커들이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3세트에서 앞선 두 세트에서 3득점, 공격 성공률 12%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던 에이스 정지석을 빼고 이준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세트 초반 임동력의 오른쪽 백어택과 세터 유광우의 서브 득점으로 2-0을 만들며 경기력이 반등하나 싶었지만, 유광우의 서브 범실 이후 캐치볼 범실과 무셜스키의 퀵오픈 공격 성공, 임동혁의 공격이 가로막히고 정한용의 공격범실까지 순식간에 내리 5점을 내주며 또 다시 끌려갔다. 결국 2-6까지 점수차가 벌어지자 틸리카이넨 감독은 유광우를 빼고 정진혁을 투입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경기를 뒤집기는 무리였다. 산토리는 3세트 중반 18-10으로 크게 앞서자 무셜스키를 빼는 여유까지 선보였고, 경기는 산토리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산토리의 에이스 무셜스키는 블로킹 1개, 서브득점 1개 포함 15점(공격 성공률 59%)를 올렸고, 알랭은 서브 득점 2개 포함 12점을 올렸다. 왼손잡이 미들 블로커 사토도 공격 성공률 87.5%(7/8)를 기록하며 대한항공 블로커들을 농락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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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토요타 고세이(現 울프독스 나고야)의 사령탑을 맡아 3년간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틸리카이넨 감독은 ‘지일파’답게 평소 30분 정도로 끝내던 분석 미팅을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1시간 20분으로 두 배 이상 늘릴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그러나 무셜스키의 압도적인 존재감과 신장은 작지만 서브와 공격, 리시브에서 모두 제몫을 다 해준 알랭 주니오르(쿠바), 오야 세터의 감각적인 토스워크와 경기운영에 눌려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전력 차이 이상의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그나마 조별예선 3경기에서 다소 부진했던 아포짓 임동혁이 블로킹 1개, 서브 득점 1개 포함 19점(공격 성공률 52%)으로 공격진의 버팀목 역할을 해줬지만, 에이스 정지석이 단 3점에 그친 게 컸다. 팀 전체 범실도 세 세트에 28개나 나왔다. 이길래야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경기를 한 셈이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은 “많은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준비한 것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오늘 경기는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완패다. 내일 경기 잘 준비하겠다”는 짧은 인터뷰로 분한 감정을 드러냈다.
마나마(바레인)=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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