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극 배우 김준수, 민은경, 유태평양(왼쪽부터) 이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국립창극단 신작 <베니스의 상인들>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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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유명 희극 <베니스의 상인>이 판소리의 옷을 입고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로 변신했다. 다음달 8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창극계 스타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각 베니스의 대자본가 ‘샤일록’과 소상인 조합의 리더 ‘안토니오’를 맡아 대결을 벌인다. 김준수와 유태평양은 창작진과 함께 18일 국립극장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김준수는 무형문화재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이다. 2013년 22세로 국립창극단에 최연소 입단했다. 2016년 엠넷 <너의 목소리가 보여 3>에 출연해 붉은 양복 차림으로 ‘어사출두’를 불러 ‘국악 프린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2021년 창작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 출연하며 뮤지컬 배우로도 데뷔했다. 아이돌 같은 외모로 작품마다 주인공 역할을 도맡았지만 이번에 원작에선 노인인 샤일록을 연기한다.
김준수는 “<베니스의 상인들>은 희극이지만 샤일록은 탐욕 때문에 파멸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라며 “연령대를 중년으로 낮췄지만 부담스럽고 어렵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샤일록 캐릭터를 보여줬을 때 이미지가 이질적이지 않도록 해석하려고 해요. 대사와 노래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고 대사의 ‘말맛’을 살리는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유태평양은 소리꾼 고(故) 유준열의 아들이다. 뒤늦게 판소리에 빠진 아버지를 따라 명인 조통달에게 소리를 배웠다. 이미 6세에 3시간짜리 ‘흥부가’를 최연소 완창한 판소리 신동이었다. 2012년 동아국악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16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했다.
유태평양은 “창극 배우로선 희극 장르를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며 “비극적인 작품을 많이 연기하다 보니 몸이 거기에 맞춰진 것 같았는데 새로운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안토니오는 제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인물이기도 하죠. 언제나 꿈과 희망을 가진 인물, 무게감 있는 존재를 연기하려고 해요. 피, 땀, 눈물 흘리며 준비하고 있죠.”
포샤 역의 민은경은 “판소리가 가진 한의 정서랑 잘 어울려 비극에 많이 출연해왔는데 이번에 희극도 잘 어울린다는 걸 알게 됐다”며 “블랙코미디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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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신작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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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들>은 주목받는 젊은 극작가 김은성이 처음 창극에 도전한 작품이기도 하다. 김은성은 서양 고전 희곡을 현대 한국에 맞춰 재창작한 작품들로 유명하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함익>으로, 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를 <순우삼촌>으로 재창작했다.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은 기독교가 이자를 금지한 16세기 유럽이 배경으로 유대인 혐오와 인종차별을 합리화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김은성이 캐릭터와 줄거리를 재창작하는 작업에 꼬박 1년이 걸렸다.
김은성은 “평소 국립창극단 작품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는데 같이 공연하고 싶은 욕심에 대본 집필 제안을 덜컥 받아들였다”며 “대극장에 맞게 캐릭터의 사이즈를 키워 대형 무역상사와 소상인 조합의 대결로 바꿨다”고 말했다. “원작을 다시 꼼꼼히 여러 번 읽었는데 학생 시절 읽었을 때하곤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낭만적으로 사랑 놀음 하는 젊은이들이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보려는 노인을 혼내주는 느낌에 찜찜했죠. 희극적 축제로 마무리해야 했기 때문에 종교·인종적 편견을 덜어내고 연대를 통한 정의 실현을 보여주려 했어요.”
연출가 이성열은 2017년 창극 <산불>에 이어 두 번째로 국립창극단 작품 연출을 맡았다. 이성열은 “단순히 즐거운 작품만은 아니고 젊은이의 사랑과 패기, 시민들의 연대로 벽을 뚫는 희망을 전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샤일록은 악인이라기보다 철저히 프로페셔널한 자본가죠. 기득권인 법을 활용해서 ‘법대로 하자’는 거예요. 안토니오는 흙수저의 힘을 모아 기득권을 무너뜨리려는 민중이고요. 역경을 겪지만 굴하지 않는 모습에서 용기와 위안을 얻으셨으면 해요.”
<베니스의 상인들>은 국립창극단 역대 작품 중에서 가장 노래가 많다. 작창가 한승석은 전통 판소리의 장단과 음계에 충실하게 소리를 짰고, 작곡가 원일은 재즈, 팝, 헤비메탈, 전자음악 등을 조합하면서 함께 62개 곡을 만들었다. 무대 규모 면에서도 이례적인 대작이다. 배우 32명이 옷을 바꿔 입으며 캐릭터 54명을 연기한다. 6m 길이의 거대 범선이 등장하고 약 3만개의 꽃송이가 공중에서 부유하는 장면도 나온다. 외국인 관객을 위한 영어 자막도 제공된다. VIP석 8만원, R석 6만원, S석 4만원, A석 2만원이다.
국립극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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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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