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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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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 받으면 "땡?"…전기차 충전기 관리 '뒷전' [소부장박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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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최근 제주시 한 아파트에서 전기차 충전기를 사용하려던 A씨는 눈살을 찌푸렸다. 고장이 난 상태로 사용할 수 없는 데다가 곳곳에 녹까지 슬어 관리가 부실한 충전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전국에 이런 충전기가 한둘이 아니란 것. 특히 해풍(海風)이 강한 제주도처럼 해안 지역에서는 외부 소재가 철로 만들어진 대형 충전기들이 부식되는 일은 더욱 빈번하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들이 인프라 부족과 잦은 고장 문제로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일부 충전기는 부식까지 진행 중인 상태로 방치되면서 눈총을 사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의 설치 및 보조금 지급, 사후관리 의무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 본격 보급 시대를 맞아 주요 인프라인 전기차 충전기와 충전소의 확충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정부는 조기 보급을 위해 충전기 제조사에 설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내외 제조사가 충전 서비스 사업자들과 손잡고 충전기를 설치해왔다.

하지만 급증한 전기차 등록 대수에 비해 보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총 20만5205기다. 같은 시기 국토부 통계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약 39만대다. 아직 전기차 2대에 충전기는 1대꼴에 불과하다.

유지보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일례로 지역을 막론하고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기의 잦은 고장은 전기차 이용자들이 입을 모아 불편을 토로하는 문제다. 그러나 업계는 인력과 비용 문제를 들어 즉각 대응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환경관리공단 등이 운영하는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17일 기준 주요 충전 서비스 업체들의 고장 조치 소요시간은 짧으면 평균 3일, 길면 6일에 달했다. 사용 수요는 높은 데 비해 고장 대응 속도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부식까지 일어난 채 방치된 충전기들도 이 같은 관리 부실의 실태를 드러내는 단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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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이 어려운 기능 고장과 달리, 부식은 제조와 설치 단계에서도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충전기 업계에 따르면 대형 충전기일수록 비용상의 문제로 철재 소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프레임 제작 시 플라스틱 등 가볍고 녹에 강한 소재를 사용하면 부식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지만, 중소형과 비교해 대형 제품은 플라스틱 금형 비용이 철재보다 비싸다.

게다가 환경부의 충전기 설치 지원 보조금 조건은 획일적이다. 설치 환경의 특수성, 크기 등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은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것이 새롭게 불거진 문제도 아니다. 2018년 한국소비자원이 발간한 전기자동차 충전소 안전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유사한 문제들이 지적된 바 있다. 노상에 설치된 충전기임에도 캐노피(지붕)는 함께 설치되지 않아 비에 젖은 충전기 본체나 분전반에 녹이 발생한 문제들이 보고된 점이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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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기 업계 관계자는 “기기 설치 상황에 따라 투입되는 금액이 다른데 보조금이 고정적이라 설치 장소 특수성이 고려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다만 철로 제작하더라도 (제조사가) 외부 마감에 공을 들이면 그만큼 부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의 세분화와 업계의 자정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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