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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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인 18일 광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국민 통합과 호남 지역 발전을 약속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5·18 기념식에 지난해에 이어 대부분 참석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진행한 최고위에서 “그날의 값진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오늘날 자유와 인권, 평화, 민주주의를 누리고 살아가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우리 당의 진심이 훼손되거나 퇴색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당 중앙윤리위원회가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반대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사실을 염두에 둔 말로 풀이된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5·18 민주화운동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7년 국가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며 “진영이나 정당, 계파의 평가가 다를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월의 정신 앞에 정치가 있을 수 없다.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특정인이나 특정 그룹의 정치적 전유물로 여겨서도 안 될 것”이라며 “이것은 민주 영령들의 희생을 오도하는 것이며, 광주와 호남 시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약무호남 시무국가(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라는 이순신 장군 말을 인용해 “국민의힘은 ‘약무호남 시무국민의힘’이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호남 시민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5·18 정신은 용서와 화해의 정신”이라며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데 더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윤 원내대표는 “5·18 정신을 지역발전의 에너지로 삼고 위대한 광주시민과 함께 광주를 새로운 미래의 도시로 만들고 싶다”며 “호남 경제발전은 단순히 한 지역의 경제적 성취를 넘어 시대 상황에 맞춰 광주 정신을 새롭게 꽃피우는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복합쇼핑몰 유치, 미래차 산업단지 조성, 대구·광주 간 ‘달빛고속철도’ 건설 등 광주 지역 현안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5·18 묘역 시민친화공원 조성,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KTX 호남선 열차 공급 확대, 광주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그간 5·18 민주화운동은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특정세력에 이용되는가 하면 누군가에 의해 그 가치가 폄훼되기도 했다”며 “5월 정신이 담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특정세력의 전유물이 돼서도 안 되거니와 절대로 폄훼돼서도 안 되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가치”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아침 특별 편성된 KTX 열차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왔다. 이날 오전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된 기념식에는 소속 의원 95명이 참석했다. 김 대표와 윤 원내대표 등은 옆 사람과 손을 잡고 흔들거나 혼자 주먹을 쥔 채 팔을 흔들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에도 소속 의원 99명이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김병민 최고위원, 김가람 청년대변인, 김재섭 서울 도봉갑 당협위원장 등 국민의힘 청년 정치인들은 전날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에도 참석했다. 이준석 전 대표, 허은아 의원,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김용태 전 최고위원 등 이 전 대표 측 인사들도 전날 5·18 민주묘지 참배, 전야제 참석 등에 함께했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대표 시절 호남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호남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 김 최고위원 발언 논란 등으로 최근에는 정부·여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좋지 않다. 여권의 호남 구애 행보는 호남 지역뿐 아니라 전체 선거 승패를 결정지을 수도권에서 호남 출신·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기념식을 마친 뒤 광주 한 카페에서 광주·전남 지역 청년 10여명과 오찬 간담회를 했다. 김 대표는 1980년 5·18 당시 대학교 3학년이었다며 “아버지 때부터 반군사정권 운동을 했던 집안이다. 저도 학교 다니며 데모했던 사람이라 오늘도 (기념식장에) 앉아 있으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호남 지역이 잘 살게 해서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게 바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라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광주에 복합쇼핑몰이 없는 점을 거론하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저는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당초 공장 방문 등 경제 일정도 고려했지만 5·18 기념일과는 분위기가 맞지 않는다고 최종적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는 데 대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것은 대통령의 공약이고 우리 당이 갖고 있는 입장”이라며 “저희가 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을 잘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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