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기온 30도 넘어…요금 폭탄 걱정에 에어컨 틀까말까 고민
공과금 인상에 부담 커지는 자영업계 |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에어컨을 안 틀면 수강생 눈치를 보게 되고, 틀면 전기요금부터 떠오릅니다. 여름도 오지 않았는데 벌써 걱정이 태산입니다."
부산 부산진구에서 필라테스 학원을 운영하는 김모 원장은 최근 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2주 전부터 에어컨을 틀기 시작했다며 18일 이렇게 말했다.
운동을 하다 보면 후텁지근해지기 마련인데 쾌적한 운동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냉방기기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학원 특성상 낮에 수강생이 많은데 가장 더운 오후 2∼4시에는 바람 세기를 높이거나 에어컨 온도를 더 내려야 한다"며 "10년 가까이 학원을 운영하면서 올해처럼 에어컨을 일찍 튼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기·가스요금 내일부터 나란히 인상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면서 때 이른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소식을 접한 자영업자들은 깊은 시름에 빠졌다.
예년보다 일찍 냉방기기를 틀어야 하는데, 전기요금이 kWh(킬로와트시)당 8원 올라 현재 수준보다 약 5.3% 인상됐기 때문이다.
부산 사상구에서 돼지국밥집을 하는 60대 정모 씨도 국밥을 먹는 손님들의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면 불편한 마음이 더해진다.
정씨는 "점심 식사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는데, 상을 치울 때 손님들이 남기고 간 땀 닦은 휴지를 볼 때면 에어컨을 틀지 고민이 많이 된다"며 "뚝배기를 끓이는 화력이 세다 보니 실내 전체가 빨리 더워지는 탓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당장은 현관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바람이 많이 들어오도록 하고 있다"며 "주변 식당과 경쟁도 치열한 상황에서 5월에 더위 때문에 손님이 뺏길까 봐 걱정하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과자로 피하는 햇볕' |
카페를 운영하는 30대 진모 씨 역시 "매장에 손님이 없으면 바로 냉방기기를 끄지만, 손님 1∼2명만 있어도 틀어야 한다"며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들이 최근에는 부쩍 더 무서워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당일 카페 사장님들이 모인 단체방 등 커뮤니티에도 난리였는데 다음 달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기 두렵다"고 말했다.
[그래픽] 전기요금 얼마나 오르나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에어컨 적정 온도나 저렴한 냉방기기를 알려주는 등 자구책을 공유하기도 한다.
한 자영업자는 "손님들이 많이 오는 시간에만 에어컨을 가동하고, 아닌 시간대에는 추가로 구입한 선풍기 여러 대를 돌릴 것"이라며 "손님들이 문 열 때마다 나가는 냉기가 아까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는 상황이 어려운 자영업자를 위해 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psj1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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