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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 Good] 아이폰 액정 셀프 수리했더니... 식은땀의 끝은 뿌듯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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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특파원 아이폰 액정 DIY 교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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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1 액정화면 직접 수리 과정 중, 새 액정화면과 몸통을 연결하고 있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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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넘게 잘 쓰던 아이폰11의 액정 화면에 최근 금이 생겼다. 무상 보증 기간(2년)은 이미 훌쩍 지났다. 보증 기간 안에 있었더라도 이용자 과실로 인한 액정 파손은 유상 수리 사항. 돈을 주고 고칠 수밖에 없다. 액정 교체 비용을 찾아보니, 가까운 미국 내 애플스토어를 찾으면 199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우리 돈으로 26만 원가량이다.

여기가 한국이었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다. 33만 원(한국은 미국보다 교체 비용이 비싸다)이란 거금을 내고 애플 공인 수리센터에서 교체하거나, 사설 수리점에서 더 저렴하게 바꾸는 정도가 가능하다. 사설 수리점은 업체에 따라 10만 원도 안 하는 경우가 있지만, 저렴할수록 애플 정식 부품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곳 미국에서는 한 가지 선택지가 더 있다. 소비자가 정품 부품을 애플에서 주문해 직접 고치는 방법이다. 아이폰11의 교체용 액정화면은 109.99달러(약 14만6,000원)에 살 수 있고, 집게나 드라이버 등 교체에 필요한 도구까지 모두 포함한 세트 가격은 119.99달러(약 16만 원)다. 나의 결심과 노력을 보태면 교체 비용을 절반 가까이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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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1 액정화면 교체 수리 세트. 새 액정화면이 든 박스와 수리에 필요한 도구들이 들어 있는 박스 등이 담겨 있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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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액정수리, 직접 도전해 봤습니다


그래서 한번 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혼자 하려니 걱정이 앞섰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이러다 휴대폰을 아예 못 쓰게 되진 않을까? 교체 부품 판매 사이트인 아이픽스잇(ifixit)을 보면 아이폰11 화면 교체의 난이도는 '보통'(moderate) 수준. 결제 버튼을 누를까 말까 고민하던 그때, 한 이용자 후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최대 30분밖에 안 걸립니다. 120달러에 모든 걸 직접 해보세요. 지침 따라서 조심스럽게 하다보면 어렵지 않아요. 인내심과 관심만 있으면 분명히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 후기에 혹해 난생처음 휴대폰 액정을 뜯기로 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성공. 다만 결코 쉽지 않았고, 1시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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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픽스잇(ifixit)에서 판매 중인 아이폰11 액정화면 교체 수리용 세트. 수리에 필요한 도구를 포함한 세트 가격이 119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픽스잇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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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구입한 119.99달러짜리 아이폰11용 액정 교체 세트는 △새 액정화면이 든 박스와 △교체에 필요한 집기들을 담은 박스 두 개로 구성돼 있다.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수리 안내문은 아이픽스잇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이픽스잇 안내문은 수리 과정을 총 30단계로 소개하고 있는데, 이는 분해 과정만 포함된 것이라 다시 조립(분해의 역순)하는 과정까지 더하면 사실상 총 60단계다.

단계 중간중간에 안전 지침이 빨간 글씨로 안내돼 있는데, 주요 내용은 이렇다. △시작하기 전 배터리를 25% 아래로 방전시킬 것 △수리 중 떨어질 수 있는 유리 파편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안경을 착용할 것 △휴대폰 몸통에서 액정을 분리할 때 안쪽 부품을 최대한 건드리지 말 것 등이다. 실제 수리해본 결과, 안내문엔 없었지만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사항들은 이랬다. △시작하기에 앞서 전체 과정을 한 번 훑어볼 것분해 과정에서 나오는 나사들을 잘 구분할 수 있도록 그릇 등을 준비할 것생각보다 힘이 많이 필요하니 필요시 힘센 사람의 도움을 반드시 받을 것.

자, 이제부터 분해의 시작이다. 첫 단계는 휴대폰 아래쪽 나사 두 개를 푸는 일이다. 도구 세트에 세 가지 다른 모양의 드라이버가 들어 있는데, 여기서 나사 모양과 맞는 것을 찾아 몸통에 끼워 사용하면 된다.

나사를 풀면 깨진 디스플레이에 테이프를 붙여야 한다. 수리 도중 유리 파편이 흩어지지 않도록 고정해두는 역할을 한다. 기자의 경우 금을 따라 테이프를 붙였는데, 다음 순서에서 사용하게 될 흡입컵이 이 테이프 때문에 잘 달라붙지 않아 일부분은 떼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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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11 액정화면 수리 과정 중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단계였던 액정화면 분리 작업. 흡착컵으로 디스플레이를 들어 올려야 하는데, 워낙 단단하게 붙어 있어 분리가 어렵다.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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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컵으로 고장난 액정화면과 본체에 틈을 만들면, 얇은 플라스틱을 그 틈에 끼워 액정과 몸체를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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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분리하기가 최대 난관


문제는 이제부터다. 휴대폰 본체에 붙은 디스플레이를 흡입컵으로 들어 올리고 그 틈 사이로 삼각형 모양의 얇은 플라스틱을 끼워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분리해 내는 작업이었는데, 좀처럼 틈이 벌어지지 않았다. 본체와 디스플레이가 접착제로 단단히 고정돼 있는 탓이다. 수리 시작 10분 만에 식은땀이 났다. 여기가 전체 과정 중 가장 어려운 단계였으며, 도저히 혼자선 해결할 수 없어 결국 성인 남성의 도움을 받았다.

접착제를 약하게 만들기 위해 △헤어드라이어로 1분쯤 가열하고 △화면 한쪽에 흡착판을 붙여 힘껏 들어 올리고 △다시 가열하기를 15분쯤 반복했더니 마침내 화면 아래쪽이 살짝 벌어졌다. 여기까지가 60단계 중 겨우 8단계다. '괜히 시작했다'는 후회가 몰려왔다. 그러나 액정을 분리해 버렸으니 멈출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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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화면이 깨진 아이폰11에서 깨진 디스플레이를 떼어내고 새 액정화면을 조립하는 과정. 실리콘밸리=이서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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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남은 과정은 힘보다는 꼼꼼함과 인내심을 요하는 작업들이었다. 몸판에서 디스플레이를 천천히 들어 올린 다음, 안쪽 나사를 차례로 풀고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떼어낸다. 그리고 액정과 연결돼 있는 스피커, 마이크, 센서 등을 분리해, 새로 갈아 끼울 액정으로 옮긴다. 이다음부터는 지금까지와는 역순으로 조립하면 된다.

한국서도 직구로 부품 구입 가능


그렇게 하나씩 해낸 뒤 새 액정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는 데까지 든 총 수리 시간은 총 1시간 10분 정도. 분리·조립 과정은 그 자체로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부품 크기가 손톱보다 작다보니 수리가 처음인 사람에겐 결코 쉽지 않았다. 혹시 뭘 잘못 건드려 아예 고장 낼까 봐 내내 긴장한 탓에 수리를 마치고 한동안 어깨 결림을 느꼈다.

그래도 물건을 건드리는 족족 망가뜨릴 정도로 손재주가 없는 사람만 아니면, 누구나 해볼 정도의 난이도였다. 해냈다는 뿌듯함, 돈을 아꼈다는 기쁨도 상당하다. 한 번 해보니 두세 번 하는 건 훨씬 쉬울 것 같았다.

의지가 있다면 한국에서도 미국 직구를 통해 정품 부품을 구할 수 있다. 아이폰뿐 아니라 맥 컴퓨터, 아이패드,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등의 부품도 구입이 가능하다. 단 수리 과정이 따라 하기 너무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은지, 구매 전 미리 찾아보는 것은 필수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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