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밀란을 13년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으로 이끈 시모네 인자기 감독.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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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네(47) 인자기는 현역 시절 세 살 터울의 형 필리포(50)의 그늘에 가린 공격수였다. 그는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라치오(이탈리아)의 간판 골잡이로 전성기를 보냈지만 같은 리그의 명문 AC밀란의 레전드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형을 넘을 순 없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원샷원킬의 골 결정력을 가진 필리포는 '골 냄새'를 맡는 천재 골잡이의 대명사였다. 주전 스트라이커 필리포가 제집 드나들 듯 이탈리아 대표팀을 오가는 동안 시모네는 3경기 무득점에 그쳤다. 시모네는 늘 '형만 한 아우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39세까지 선수로 롱런한 필리포와 달리 시모네는 34세에 은퇴했다.
하지만 시모네는 '인생 2막'에서 형과의 격차를 좁혔다. 2010년 은퇴 후 그는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친정팀 라치오에서 유소년을 지도했다. 스트라이커 출신이지만 수비 전술에도 관심이 많았다. 공격과 수비에서 조화를 이룰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2016~17시즌 라치오 1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능력을 발휘했다. 탄탄한 수비에 당시엔 유럽에서 비주류였던 투톱 공격수 전술을 썼는데, 세 시즌 만인 2018~19시즌에 코파 이탈리아(FA컵) 정상을 차지했다.
2019~20시즌엔 리그 4위에 오르면서 '별들의 무대'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권까지 따냈다. 2021~22시즌부턴 AC밀란, 유벤투스와 더불어 '세리에A 3대장'으로 불리는 강팀 인터밀란 지휘봉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형 필리포는 지도자로 연전연패해서 시모네의 활약이 더 큰 주목을 받았다. 필리포는 성적 부진으로 AC밀란, 볼로냐(이탈리아) 등에서 연달아 경질당했다. 현재는 레지나(이탈리아 2부) 사령탑이다.
라치오에서 공격수로 뛰던 시절의 시모네 인자기.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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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시모네는 감독 커리어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인터밀란은 17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산시로에서 열린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후반 29분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결승 골을 터뜨렸다. 지난 11일 1차전에서 2-0으로 이긴 인터밀란은 1, 2차전 합계 3-0으로 결승에 올랐다.
인터밀란과 AC밀란은 홈구장을 함께 쓰는 밀라노 지역 라이벌이다. 인터밀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는 건 2009~10시즌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인터밀란은 명장 조제 모리뉴(현 AS로마 감독) 감독의 지휘 아래 독일의 강호 바이에른 뮌헨을 2-0으로 꺾고 '빅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 애칭)'를 들어 올렸다. 시모네 역시 모리뉴와 견줄 만한 명장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다.
AC밀란을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린 인터밀란 라우타로.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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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이탈리아는 17일 "선수 시절 시모네 인자기는 항상 형 필리포의 그늘에 가렸다. 하지만 그는 지도자로 과거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라치오에선 제한된 예산으로 최상의 성적을 냈고, 인터밀란에선 리빌딩에 성공해 메이저 우승 트로피에 근접했다. 그에게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역 시절 형 필리포에게 밀리면서도 꿈을 최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은 스타 군단 인터밀란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됐다. 그는 인터밀란 부임 후 줄곧 "큰 무대에서 뛰는 게 습관처럼 당연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선수들을 동기 부여했다. 마시밀리아노 파리스 인터밀란 수석코치는 "8년째 시모네 감독을 보좌하며 인생이 바뀌었다. 시모네 감독은 항상 큰 꿈을 꾼다.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전했다.
시모네는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도 세웠다. 인터밀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것은 1964, 1965, 1967, 1972, 2010년에 이어 이번이 6번째다. 우승은 1964년과 1965년, 2010년에 했다. 이탈리아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오른 사례는 2017년 유벤투스 준우승 이후 올해 인터밀란이 6년 만이다. 유럽의 5대 빅리그(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중 최근 5년 사이에는 이탈리아 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었다. 최근 5년 사이에 스페인과 잉글랜드 팀이 두 차례씩 우승했고 독일 클럽도 한 번 정상(2019~20시즌 뮌헨)에 올랐다. 프랑스는 파리 생제르맹이 2019~20시즌에 준우승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6월 11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다. 시모네 감독은 "항상 꿈꿨던 무대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결과 대단한 팀을 상대로 대단한 경기를 펼쳤다"고 소감을 밝혔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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