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로 이미 힘든데, 엎친 데 덮친 격"
온라인에선 전기료 절감 등 각종 팁 공유
전기·가스요금 인상 첫날인 16일 서울 한 전통시장에 전자식 전력량계가 설치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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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 들어왔을 때 ‘시원하다’는 느낌이 안 들면 손님들은 바로 나갑니다.”
16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커피숍 운영자 남모(43)씨는 불만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날부터 전기ㆍ가스요금이 5.3%씩 또 올랐기 때문이다. 전기는 킬로와트시(kWh)당 8원, 가스는 메가줄(MJ)당 1.04원 요금이 인상됐다. 특히 지난겨울을 떠올리면 정부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 그때도 한파와 두 공공요금 인상이 맞물려 ‘전기료ㆍ난방비 폭탄’을 맞았는데, 이번에도 하필 한여름을 앞둔 시점이다. 남씨는 매장에서 풀가동 중인 에어컨 두 대를 가리키며 “다음 달 전기료가 겁나지만 점심 장사를 제대로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빵빵하게(세게) 틀어놔야 한다”고 한숨 쉬었다.
이날은 낮 한때 서울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이른 초여름 더위가 찾아와 에어컨을 켜 놓은 매장들이 적지 않았다. PC방처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업종의 타격은 더 클 전망이다. 광진구의 한 PC방 업주는 “여름에 월 전기료가 200만 원 정도 나오는데, 다음 달 요금은 가늠이 안 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음식점 운영자들의 시름도 깊다. 고물가로 재료비가 치솟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광진구의 일식당 사장 신승호(50)씨는 “올여름 전기료는 전년보다 100만 원 더 나올 것으로 각오하고 있지만 가스요금까지 인상돼 사실 눈앞이 캄캄하다”고 털어놨다. 얼마 전 음식값을 올린 식당이 많은 터라 또 인상하기도 어렵다. 한식당 주인 김모(49)씨는 “우리 가게는 메뉴가 다양해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다”며 “메뉴 가격을 올리고도 실질 수입은 똑같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푸념했다. 상대적으로 상품 가격이 낮은 카페 사장 최모(41)씨는 “커피는 저렴한 단가로 경쟁하는 업종이라 메뉴 가격을 높이는 건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16일 서울 광진구 한 고깃집 에어컨 옆에 전기요금을 절감하기 위한 선풍기가 놓여 있다. 나광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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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전기ㆍ가스요금을 조금이라도 절감하기 위한 각종 ‘팁’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공기순환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천장형 에어컨에 실링팬(공기 순환용 실내 프로펠러)을 설치하니 효과가 있다” 등의 글엔 의견을 묻고 답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광진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안인선(75)씨는 이날부터 에어컨 바로 옆에 선풍기를 설치했다. 안씨는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전기료를 1원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뭐든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공기업 적자폭이 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자영업자를 에너지 효율화 지원 사업에 포함시키거나 에너지 취약 계층에 준해 긴급 지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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