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시 구청장 지시로 '대통령실 시위 전단' 수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재판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재난안전상황실 역할을 해야 하나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임영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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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으로 구속 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 재판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재난안전상황실 관련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진술이 나왔다. 박 구청장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힘을 싣는 진술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15일 오후 2시30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박 구청장과 유승재 전 부구청장,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 1차 공판을 열었다. 박 구청장과 최 전 과장은 각 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무유기 혐의도 있다.
재판에는 참사 당시 구청 당직사령이었던 조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조 씨는 당시 세무1과에서 재산세 업무를 담당하다가 현재 구청 내 주택평가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당시 야간당직은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일했다.
검찰은 '2022 용산구 안전관리계획'에 따라 야간·휴일 당직실은 상시 재난안전상황실로 지정된 사실을 아는지 물었고, 조 씨는 수사 과정에서 처음 봤다고 밝혔다. 당직실이 재난안전상황실로 징후 파악 등 역할을 해야 하는 점을 교육받았는지 질문에도 "없었다"고 했다.
반면 피고인들은 별도 교육받지 않더라도 재난이 발생하면 즉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과장 측이 "당직실 근무 시 재난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라도 즉시 처리해야 하지 않냐"고 묻자 조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 구청장 측도 "안전관리계획이라는 것이 안전관리부서에서 만들고 운용하는게 맞지 않냐. 6급인 증인이 이를 평소 숙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이에 조 씨는 "그런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사 당시 전단 수거 논란도 언급됐다. 조 씨는 다른 당직자가 인파가 몰려있다고 보고하자 현장에 나가려고 했으나, 대통령실 인근 시위 전단을 수거하라는 비서실장 말을 듣고 나가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직원 2명을 보내 전단 수거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 측은 작업 지시 주체를 놓고 조 씨가 경찰 단계에서는 밝히지 않았다가, 검찰 단계에서 '구청장'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씨는 "경찰에서는 지시 주체가 중요하지 않았고, 검찰에서 누가 지시했냐고 물어서 그렇게 답변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 측이 당시 상황을 놓고 질문을 하자 조 씨는 울먹이기도 했다. 박 구청장 측은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고 어수선해도 현장에서 5~6분 동안 박 구청장을 만나 '당직사령인데 지시사항 있냐'고 말 한마디 못 할 상황이었냐"라고 따졌다.
이에 조 씨는 "그 상황은, 그 상황은 사람들이 엎어져 있었고 소방관들은 왔다 갔다 하면서 구조하기 어려웠다"며 울먹였다. 조 씨의 감정이 격앙되자 재판부는 15분간 휴정하기도 했다.
박 구청장 측은 지난 9일 보석 신청을 냈다. 재판부는 신청 예정인 최 전 과장 측 서류를 받고, 검찰 의견까지 받은 뒤 오는 31일 심문기일을 열 예정이다. 다만 과실의 공동정범으로 용산서와 구청, 서울경찰청 관계자가 기소된 만큼 종결도 비슷한 시기에 할 예정이다.
박 구청장 등은 당일 많은 인파로 참사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는데도 안전관리계획을 세우지 않고, 재난안전상황실을 적정히 운영하지 않은 혐의가 있다. 박 구청장은 참사 직후 부적절한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기재한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다음 재판은 다음 달 26일 오후 2시30분에 열린다. 이날 증인으로 당시 김모 용산구 행정지원과장이 출석할 예정이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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