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오후 2시 20분께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배승아(9) 양이 음주 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가해자 처벌과 안전사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을 바라는 목소리가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퍼졌다.
이를 계기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지역 경찰청과 교육청 등 유관기관은 앞다퉈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행동에 나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스쿨존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을 때 최고 26년의 징역형을 처할 수 있도록 하는 양형기준을 심의·의결한 것도 이 무렵이다.
그렇다면 그 후로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사고는 줄었을까? 그렇지 않다. 사회적 공분 뒤로 여전히 음주운전에 안일한 생각을 가진 개인이 많다는 이야기다.
배 양의 참변 때문만은 아니더라도, 그 당시 일었던 공분이 대전을 넘어 전국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온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러한 법·제도적 정비와 지자체 등의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 스쿨존 안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고를 예방·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붙는다.
이를 뒷받침하듯 배 양을 떠나보낸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전국 곳곳에선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오히려 늘었다.
대전에선 지난달 189회에 걸친 주야간 단속에서 269건의 음주운전이 단속됐다. 이는 지난해(4월 224건)와 비교했을 때 20% 늘어난 수치이다. 주간 단속 건수는 지난해 41건에서 61건으로 49% 증가했다.
충남에서는 지난달 14일 오후 1~3시 스쿨존 등지의 낮 시간 음주운전 단속에서 10명의 음주운전자가 적발됐다.
“지금 기분 안 좋으니, 말 걸지 말아요.” 낮 시간대 어느 지역 경찰 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의 짜증 섞인 말투가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근본적으로 음주운전과 음주운전 사고는 개인의 안일함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사고 예방을 위한 단속과 안전대책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만으로도 누구나 도로 위에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선 ‘낮술은 괜찮아’, ‘한 잔이야 어때’, ‘이 정도로 단속을’ 등 개인의 안일함을 버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정일웅 기자 jiw30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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