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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 A씨는 야외에서 놀이활동을 지도하다 무릎을 다친 아이를 발견했다. A씨는 보건실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학부모에게 상황을 알렸다. 얼마 뒤 학부모는 A씨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이가 다칠 때까지 방관했다는 이유였다. A씨는 휴직 후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기존 유치원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교사 B씨는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몰래 넣어 보낸 녹음기에 높은 억양으로 말한 부분이 담겨 아동학대로 신고됐다. 이후 아동학대 신고는 취하됐지만 B씨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병휴직에 들어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강민정, 민형배 의원과 전국교직원협동조합(전교조)이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학생과 교사의 교육활동 확보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 내 아동학대 관련 제도가 미비해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뤄지지 않는 문제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교사들은 교육활동으로 인한 아동학대 신고를 우려한다. 지난해 10월 전교조가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9%가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아동학대와 지도의 차이가 불분명하다” “정당한 지도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 등이 있었다. 아동학대 신고(민원)를 직접 받거나 동료 교사의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1.7%였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은 교사 중 유죄로 확정된 사례는 1.5%에 그쳤다. 그러나 신고에 대한 공포로 교사가 교육활동을 주저하는 사례가 많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국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공포감은 학생 인권과 교육권이 상호 존중되는 교육공동체를 구현하지 못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학교 내 아동학대를 다루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아동학대 의심 시 신고 의무조항’ 등이 포함된 현행 아동학대 관련 법률은 ‘가정 내’ 아동학대 대응을 위해 마련됐다. 김혜영 전주새뜰유치원 유아특수교사는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민원만 들어와도 교장은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며 “단지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교사들은 현실 속 지옥을 겪고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영구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는 “시도교육청에 별도의 분쟁 해결기구와 전담 인력을 둬 학교 내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접수, 현장조사, 아동학대 여부 판단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동학대 관련 법률을 개정·축소하기에 앞서 아동 보호를 위한 촘촘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아동학대를 포함해 교내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제 절차를 구체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은선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상임활동가는 “무엇이 아동학대인지 매뉴얼을 찾기 전에,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살피고 같은 공간에서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는 생태계가 조성돼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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