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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길이냐, 노키아의 길이냐… ‘EV 모멘트’ 갈림길 선 완성차 업체들 [기자의 눈/이건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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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건혁·산업1부


지난 2년간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면서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전기차를 사야 할까요”였다. 여러 정보와 의견을 주고받은 뒤 전한 조언은 거의 이랬다.

“당장 차를 사야 한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3, 4년 정도 뒤라면 전기차가 맞다.”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를 언급하지 않고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게 됐다. 2000년대 후반 휴대전화 업계에 불어닥쳤던 ‘아이폰 모멘트’(신기술이 일상에 녹아드는 순간)처럼,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은 ‘EV(전기차) 모멘트’ 혹은 ‘테슬라 모멘트’라 부를 만한 변화를 맞닥뜨렸다. 소비자들이 이제 전기차를 당연한 선택지로 받아들이는 게 그 증거다.

‘아이폰 모멘트’는 치명적 결과를 가져왔다. 스마트폰 혁신을 주도한 애플과 ‘패스트 팔로어’ 전략에 성공한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휴대전화 제조사는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 업계 1위였던 노키아는 몰락했다. LG전자는 10여 년을 버티다 결국 스마트폰 사업을 접었다.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PDP(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을 이끌던 일본 파나소닉은 LCD(액정표시장치)로의 시장 변화에 뒤처졌고, 2010년대 결국 한국에 시장을 내주게 됐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전쟁을 방불케 하는 생존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방패 삼아 자국 시장 수성에 나섰다. 독일 폭스바겐 등 유럽 업체는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붙잡고 있다. 중국 업체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내수 시장을 지킨 뒤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1위 일본 도요타도 최근 수장을 교체하며 부랴부랴 전기차 전쟁에 끼어들었다.

한국 입장에서 다행인 건 전기차 후발 주자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선두권까지 치고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기차 전쟁은 이제 막 개전(開戰)했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공세는 점점 더 노골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한국 정부는 전기차 공장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대기업 기준 1%에서 최대 15%(올해 한 25%)로 확대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하지만 공제율 최대 30%인 미국에 비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일부에선 대기업 특혜, 현대차그룹 맞춤형이라는 불만이 벌써부터 들려온다.

특정 회사에만 혜택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는지는 잘 살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경쟁국들에 비해 세제 및 정책 지원이 늦어져 국가 산업경쟁력 자체를 잃는다면, 이를 되돌릴 방법은 없다.

이건혁·산업1부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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