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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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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측 “이태원 참사 예측 불가능” 국회 측 “장관 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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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 탄핵심판 변론기일…부실대응 책임 여부 날선 공방

경향신문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들과 시민대책회의 활동가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인 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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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재판에 출석한 이 장관이 재판관들을 바라보고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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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측 “참사 후 3시간10분간 중대본 가동 않고 조치도 안 해”
재판부, 이 장관 의무위반 여부·긴급 구조 지휘권 살펴보기로
이 장관 측, 유가족·생존자 증인 채택 반대 “법정 혼란 우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탄핵심판 절차가 9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회 측과 이 장관 측은 이 장관의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책임 여부를 두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을 파면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참사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고, 이 장관 측은 “예측할 수 없는 참사”라며 탄핵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심판 첫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이 각각 소추위원과 피청구인 자격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국회 탄핵심판TF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유족들은 변론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앞서 변론준비기일에서 정한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세 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양측 의견을 들었다.

이 장관 측은 이태원 참사는 단순한 군중 밀집에서 비롯된 재난이라 예측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 장관 대리인은 “이 사안은 우리가 예상하지도 못했고, 법에 대응책도 없는 특별한 재난”이라며 “이런 재난을 행안부 장관이 예측할 수 있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정치적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가 발생한 일이며, 참사가 벌어지고 난 이후에야 재난으로 인식됐다는 게 이 장관 측 주장이다. 그 점에서 전형적 재난인 태풍·홍수와는 성격이 다르며, 재난안전법 등을 기준으로 법 위반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밀집한 군중에 국가가 개입해 해산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국회 측은 이태원 참사는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용산경찰서가 참사 이틀 전 자료에 ‘코로나19 완화로 축제 열기 고조’ ‘10만명 이상 모여 시민 불편 가중 예상’ 등 문구와 함께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적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용산서나 용산구청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법적으로 대비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34조도 근거로 들었다.

이어 “예측하지 못하는 재난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걸 대응하기 위해 재난안전법을 만든 것”이라며 “주무부처인 행안부 장관은 사전에 규정을 통해 예방하든, 예측을 못해 재난이 발생했든 조치를 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다”고 했다. 또 “이 장관이 주장하는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손 놓고 있나.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행안부 장관은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참사를 처음 인지한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1시20분부터 3시간10분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설치·운영이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가동을 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중앙상황실을 통해 참사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었는데도 조치가 없거나 매우 지연됐다”며 “주무부처 장인 행안부 장관이 현장에 필요한 지휘를 하느냐는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지휘권 자체가 아예 없다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장관은 대통령보다 참사 사실을 늦게 인지했는데도 운전기사가 올 때까지 85분이나 자택에서 기다리면서 시간을 허비했다”며 “이 장관 측은 필요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내용을 보고받고 신속하게 지시했는지, 지시가 어떻게 이행됐는지 증명할 근거 자료는 없고 일방 주장만 있다”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참사가 발생한 직후 조치 과정에서 이 장관이 의무를 성실히 수행했으며, 법을 어긴 것은 없다고 맞섰다. 당시 사망자가 최초 확인된 시각(0시28분)으로부터 1시간30여분 만에 재난관리 주관기관이 정해졌고, 2시간30여분 만에 중대본이 설치·운영됐다는 것이다. 또 이 장관은 보고를 받고 참사 현장으로 향하는 중 재난안전비서관 등과 통화하고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는 등 시급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했다. “재난 현장에서 이뤄진 긴급조치 등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직접 통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이 장관이 중수본 설치·운영과 중대본 가동을 제때 하지 않은 게 맞는지, 만약 그렇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이 장관에게 긴급 구조활동을 구체적으로 지시·지휘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주요하게 살펴보기로 했다.

헌재는 앞서 국회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과 박용수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 엄준욱 소방청 119종합상황실장, 황창선 경찰청 치안상황관리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참사 유가족과 생존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판단한 후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장관 측 대리인인 윤용섭 변호사는 유족과 생존자 증인신문에 반대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유족과 생존자는 당시 사건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서 (증인으로 나올 경우) 어떤 아픔이 있는지 알 수 있지만, 국정조사 과정에서 10명이나 진술했는데 (탄핵심판에서) 더 새로 진술할 부분이 있을까 싶다”며 “유족 (증인신문) 부분에 대해서 저희는 좀 오늘도 (심판정에) 들어올 때 시위도 하고 시끄러웠는데 이 법정을 혼란스럽게 만들 우려가 있고 여러 가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장관은 이날 대심판정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만나 “(참사로) 부상을 입으신 분들과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국민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며 “저에 대한 탄핵소추로 인해 일부 국정의 혼선과 차질이 발생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의 이 장관 파면 주장에 대해선 “나중에 말씀을 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별다른 발언 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두 번째 변론기일은 5월23일 오후 2시 열린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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