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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1년 ②] 靑 개방 1년…"지금 아니면 언제 와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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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위크' 영향? 日 관광객 눈길…'지방 관광버스' 단체 관람도
어버이날 '효도 관광'…외국어 유인물 無·관람객 감소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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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를 개방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인 시절부터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고, 오는 10일 개방 1년을 맞는다. 청와대 개방은 찬반이 갈렸지만, <더팩트> 취재진이 8일 만난 관광객들은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 5월 10일 청와대 개방 당시.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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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같이 약속했다. 대통령 집무실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였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다른 인사, 외교, 대북관계,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대통령 부인의 역할도 조용한 내조로 바꾸겠다며 제2부속실도 폐지했다. 그로부터 1년,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얼마나 지켜졌을까. 또, 청와대는 과연 국민의 품으로 들어왔을까. <더팩트>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윤 대통령의 국민과 약속을 총 9회에 걸쳐 짚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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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청와대=송다영·조성은 기자] "봄꽃이 지기 전에는 국민 여러분께 청와대를 돌려드리겠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지난해 3월 18일 브리핑에서 밝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의 말)

오는 10일로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개방한 지 1년을 맞이한다. 2022년 새로운 정부 출범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며 청와대는 '국민 품으로' 들어오게 됐다. 74년 만에 개방된 청와대는 주요 건물과 그 부근 일대를 전면 개방했다. 이제 국민들은 대통령 집무와 외빈 접견 등에 사용됐던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등을 뉴스 영상 등 '카메라의 시선'이 아닌 자신들의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

국민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는 지난 1년간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이끌며 관광명소 대열에 합류했다. <더팩트> 취재진이 청와대를 찾은 8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어버이날이라는 특수성 때문인지 가족단위의 관광객, 특히 중년 이상의 관광객이 주를 이뤘다. 지방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온 관람객들도 있었다. 권위주의 정부를 살아온 중·노년층에게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것은 신기한 듯해 보였다. 80대의 어머니와 함께 온 김 모 씨(48)는 "어머니가 오고 싶어 하셔서 모시고 왔다"며 "대통령들이 살던 곳이라 여러 생각이 든다. 참 좋다. (개방한 게) 만족스럽다"고 했다.

취재진은 오전 10시 30분께 입장했다. 청와대 관람은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을 거쳐야 가능하다. 입구에서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보인 후 입장이 가능한데, 취재진이 입장하는 동안 70대로 보이는 한 시민이 스마트폰 조작이 어려운지 입장소 앞에서 "예약을 했는데 왜 안 들여보내 주는 것인가. 핸드폰 번호를 확인해 보라"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청와대 입구 정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올라가니 분홍색의 '청와대 국민 품으로'라는 글귀가 쓰인 조형물이 관람객들을 반기고 있었다. 뒤로 대정원과 청와대 본관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기와의 지붕이 뒤로 보이는 북악산과 어우러져 고즈넉하고 우아한 풍경을 자아냈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여기 서 보라"며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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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앞 대정원 앞에는 10일 예정된 청와대 개방 1주년 행사를 위한 무대 설치와 간이용 의자 설치 등 준비가 한창이었다. 사진은 대정원 앞 '청와대 국민 품으로'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 /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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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앞 대정원 앞에는 10일 예정된 청와대 개방 1주년 행사를 위한 무대와 간이용 의자 설치 등 준비가 한창이었다. 대정원을 돌아 본관으로 들어서자 고풍스러운 목재 인테리어와 높은 천고가 눈에 들어왔다. 한옥 고유의 목재 양식과 서구식 샹들리에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본관 입구에서 만난 70대 여성들은 경기 하남에서 단체 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다. 한 여성은 "TV에서 청와대를 개방했다고 하니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오늘 시간이 돼서 왔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관람하러 온 외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개중에는 일본인 관광객들 비율이 가장 높아 보였는데, 곳곳에서 일본어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일본이 4월 29일 '쇼와의 날'로 시작해 5월 3일 '헌법기념일', 4일 '녹색의날', 5일 '어린이날' 등 9일간 연휴 주간인 이른바 '황금연휴'(골든위크)를 맞이한 것이 원인으로 보였다.

외국인에게도 청와대는 신기한 장소인 듯했다. 사업가로 보이는 외국인들에게 영어로 청와대를 안내하던 한 40대 남성은 "비즈니스로 온 외국인들에게 몇 번 관광 안내를 했었다. 외국 분들이 신기해하고 좋아한다"고 말했다.

본관 1층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세종실), 대통령 영부인들의 초상화(무궁화실) 등이 집무실 공간과 함께 전시돼 있었다. 사람들은 줄지어 초상화 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영부인도 역대 대통령 순) 순서대로 초상화가 걸려 있었으나, 초상화 아래 이름이나 설명이 표기돼 있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집무실 입장 전 배치돼 있는 설명용 배너에도 한글 설명 이외에 영어, 일본어 등 외국어 설명이 따로 없어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경우 정보를 얻기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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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1층에는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전시돼 있었다(위). 본관 2층을 올라가는 계단에는 인파가 몰려 질서 유지를 돕는 직원이 배치돼 있었다(아래).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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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도 관광객들의 사진 세례가 이어졌다. 계단의 가운데로 2층을 오르는 이와 1층을 내려가는 이를 구분하기 위한 '차단선'이 쳐져있고, 안전 유지를 위해 관광객들에게 거리 유지, 넘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서행 안내 등을 지시하는 요원이 배치돼 있었다. 본관 2층에는 대통령 집무실과 접견실 등을 볼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언론에 자주 노출됐던 집무실의 경우, "맨날 보던 곳"이라고 신기해며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남성 백 모 씨(26)는 어버이날을 맞아 할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조카까지 자신을 포함해 4대가 함께 청와대를 왔다고 했다. 조카와 손을 잡고 인터뷰에 응한 그는 "청와대는 역사적인 장소 아닌가. (언론 등에서) 대중에게 많이 보였던 곳에 직접 와본 게 신기하다"고 했다. 가장 마음에 든 장소는 대통령 집무실이라고 했다. 백 씨는 "이곳에서 국가 업무를 봤다는 게 신기했다. 기사로도 많이 봤었던 곳인데 눈에 익숙한 장소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본관에서 나와 소정원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니 대통령과 그 가족이 거주하던 관저가 나왔다. 본관과 마찬가지로 푸른 기와의 한옥이었다. 인수문(仁壽門)이라 적힌 대문을 들어서면 작은 정원을 낀 한옥 두 채가 기역(ㄱ)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생활공간인 본채는 완전 개방되진 않았으나, 일부 열린 창을 통해 대통령 가족의 살림살이를 엿볼 수 있었다. 관저 창틈 사이로 보이는 공간 앞에는 각각 침실, 미용실, 식당 등이 적힌 푯말이 놓여 있었다. 관저를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이어진 통행로를 따라 걷는 동안, 관람객들은 관저의 규모가 넓다는 것에 대해 신기함과 경이로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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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를 구경 중인 관람객들. 관저가 넓다는 사람도, 생각보다 소박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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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관저가 예상보다 검소하고 소박했다는 관람객도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온 강 모 씨(75)는 "대통령이 산다고 해서 엄청 화려할 줄 알았는데 소박하다. 그런 점이 좋다"면서도 "지금 청와대 모습이 너무 낡았다. 나라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는데 수리와 복원이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버이날인 만큼, 가슴에 카네이션꽃을 달고 청와대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관람객들에게도 눈길이 갔다. 청와대가 북악산에서 도심을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는 만큼, 비탈길이 상당해 관람에도 상당한 체력과 시간이 소모됐다. 관람객들은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한숨 돌리곤 했다. 노년 관람객들은 휠체어를 타고, 자녀 세대들이 휠체어를 밀고 관람을 함께 하는 모습도 함께 했다.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3대에 걸친 이들이 어버이날을 맞아 청와대를 관람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부산에서 온 여성 이 모 씨(70대)는 딸과 아들 부부, 손주들까지 8명 대가족이 청와대를 관람했다. 그는 "대통령의 살림살이를 보는 관저가 제일 재미있더라. 방을 보니 옷장도 엄청 많았고, 안에 식당도 있더라. 비록 밖에서 봤지만 문밖으로나마 구경하니 재밌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이 씨는 "청와대 개방 자체는 잘한 거라고 본다. 다음 대통령이나 다른 대통령이 되면 여기(청와대)를 언제 또 와 보겠나. 그때는 못 볼 수도 있다. 원래 대통령이 뭘 해도 잘했다는 사람, 못 했다는 사람은 나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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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개방 행사가 열린 가운데, 시민들이 영빈관 앞에서 열린 왕실경호원 무사 등용 의식 재현 행사를 관람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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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개방을 두고는 급박한 준비 탓에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청와대를 배경으로 했던 한 패션 화보에서는 모델들이 청와대 본관, 영빈관, 상춘재 등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의 상업적 활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또, 외국 대통령이나 총리 등 국빈 방문 시 사용되는 영빈관과 상춘재 등의 경우,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전 이후에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해 여전히 이용 중이라 청와대 개방에도 국민들의 이용은 평균 2~3일의 한 번 꼴로 일부 제한되고 있다. 이를 두고 대통령실 이전의 실효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저에서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 국내외 귀빈을 맞이하던 상춘재가 나온다. 상춘재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전통 한옥 양식을 따르고 있었다. 내부는 개방되지 않았다. 그 앞으로 '청와대 경내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녹지원이 펼쳐졌다. 녹지원 한가운데에는 커다란 반송 한 그루가 줄기를 펼치고 있었다. 많은 관람객이 녹지원과 이 반송을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꼽았다. 충남 태안의 한 마을에서 단체로 왔다는 구 모 씨(64)는 "조경이 잘 되어 있다. 멋진 소나무에서 한국의 기상을 느낀다"며 "곧 농번기라 바빠지는데, 그 전에 다 함께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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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은 청와대의 조경이 아름답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청와대 경내 문화유산인 청와대 수궁터의 744년 된 주목.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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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춘재에서 사진 촬영 중이던 경기도 부천에서 온 여성 정 모 씨(57). 그는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일부 개방됐을 때에 이어 이번이 2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정 씨는 "이번엔 청와대 본관도 보고 내부도 구경하니 좋았다. 내부를 보니 생각보다 검소하더라. 그런 면이 더 마음에 들었다"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두고는 "이렇게 (청와대가) 있는데 굳이 용산으로 가서 여러 사건들을 만들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한 그는 "(영빈관 사용에 대해서는) 특히 별다른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관광객들에게 대통령의 영빈관 사용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대부분이 "잘 모르겠다"라거나 "그러려니 한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청와대 누적 관람객 수는 약 342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개방 첫 달 누적 관광객 수는 77만 7242명을 기록한 이후 43일 만에 100만 관람객이 모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일부 건물(영빈관) 윤 대통령 부부 사용 등 청와대가 '온전히' 국민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점, 관광객 수가 대부분 내국인에 그쳐 향후 외국인 관광객(전체 관람객 대비 1.7% 수준) 유치 수단이 필요한 점 등은 청와대 개방의 향후 과제로 꼽힌다. 또, 매달 청와대 관람객이 감소 추세인 것을 들어 '볼 사람은 다 봤다'는 회의론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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