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하루 앞둔 아동복·문구 매장 르포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와 상가에 손님이 없어 썰렁한 모습이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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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어린이날에 비하면 올해 어린이날 매출은 사실상 반토막 났죠.”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 매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 씨(61)는 손님이 없는 가게 안을 둘러보다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다. 남대문시장에서 34년간 아동복 매장을 운영해왔다는 김 씨는 “10년 전에는 5월 초만 되면 아동복 거리 골목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많았다”며 “이제는 직원들 월급 줄 돈도 없어 지난해 12월말 직원 2명을 모두 해고하고 나 혼자서 일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5월 5일 어린이날’은 1년 중 아동 관련 용품 수요가 가장 많아지는 시기였다. 하지만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들과 종로구 창신동 문구·완구 거리 상인들은 “어린이날 특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출산으로 아동 관련 용품 수요 자체가 줄어든데다, 그나마 남은 수요마저 온라인 쇼핑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 아동복 상가 4곳 중 1곳은 텅 비어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를 지나는 행인 중에서 매장에 들러 옷을 구매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남대문에서 25년 넘게 아동복 매장을 운영해온 박모 씨(65)는 “10년 전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하루에 100명 씩 손님이 왔는데 요즘은 대목은 커녕 어제는 손님이 10명도 안 왔다”며 “그마저도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가 건물 곳곳엔 ‘입점 준비 중’, ‘임대’ 안내판이 붙은 빈 점포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아동복 상가 관리인은 “상가 185여 개 점포 중 50개 정도는 공실 상태”라며 “공실률이 10%를 넘긴 적이 없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출산율까지 계속 낮아지면서 지난해 6월부터 줄폐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아복을 다루는 사업체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212개였던 전국 유아복 사업체는 △2014년 141개 △2020년 70개로 감소했다. 10년 만에 절반 넘게 줄어든 것.
국내 최대 규모의 문구·완구 전문시장으로 손꼽혔던 ‘창신동 거리’도 남대문시장 아동복 거리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문구·완구 거리 매장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창신동에서 10여 년간 완구점을 운영한 정모 씨(59)는 “손님들이 구경만하고 사지는 않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문구점을 운영하는 상인 김모 씨(55)는 “10년간 어린이날 때마다 물건을 납품하던 어린이집이 있는데 10여 년 전엔 물품 100여 개를 납품했다면 올해는 30개만 납품했다”며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지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 저출산·온라인 쇼핑 ‘이중고’ 겪는 아동산업
상인들은 저출산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면서 매출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 상인 A 씨(41·여)는 “같은 장난감을 사더라도 온라인 쇼핑몰에선 30% 가량 싸게 파는데 누가 와서 직접 사겠느냐”며 “가뜩이나 저출산 때문에 장사도 안 되는데 온라인 쇼핑으로 손님이 다 몰려서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구 거리에서 만난 주부 김연경 씨(37)는 “온라인 쇼핑으로 주문하면 (장난감) 가격도 싸고 하루 만에 배송되는데 굳이 직접 매장까지 와서 살 이유가 없다”며 “오늘도 가족들과 나들이 나왔다가 구경하러 온 것”이라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아동복 상인들도 온라인으로 몰리는 쇼핑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동복 매장 직원 이서윤 씨(39)는 “최근 젊은 엄마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도 하고 유튜브 등에서 ‘라방’(라이브 방송)도 하면서 홍보하고 있다”며 “요즘엔 온라인 쇼핑몰 매출이 더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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