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여성언론인 64% 줄어…22개주엔 여성언론인 없어"
3일 아프간 카불에서 세계언론자유의날 행사를 치르는 언론인들. |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현지 언론사 300여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3일(현지시간) 아프간 미디어 단체의 통계를 인용, 이같이 보도했다.
톨로뉴스는 "같은 기간 아프간 기자 약 5천명이 실직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국제 언론감시 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RSF)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기 전만 하더라도 현지에는 547개 언론사가 활동했고 언론인 수도 1만1천857명에 달했다.
하지만 탈레반 재집권 후 미디어 인프라가 급속히 붕괴한 것이다.
특히 여성 언론인의 타격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년간 여성 언론인의 64%가 줄었다고 아프간기자협회는 전했다.
아흐마드 샤 파나 아프간기자협회장은 "아프간 34개 주(州) 가운데 현재 22개 주에는 여성 언론인이 없고 나머지 12개 주에서도 여성 언론인의 활동은 매우 미약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대거 문을 닫은 것은 탈레반이 도입한 새 언론 규정과 탄압, 경제적 어려움 때문으로 분석된다.
탈레반은 집권 후 새롭게 도입한 언론 규정을 통해 이슬람에 반하거나 국가 인사를 모욕하는 보도를 금지하고 있으며 관료에 의해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나 대중의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이슈도 보도하지 않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언론인이 구금되거나 폭행당하는 일도 이어지고 있다.
TV 여성 진행자에 대해서는 얼굴을 가리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언론인들은 또 탈레반 집권 후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
호자툴라 무자디디 아프간독립기자협회장은 동료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보는 제때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에 협조하는 탈레반 대변인도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1차 집권기(1996∼2001년) 때 샤리아(이슬람율법)를 앞세워 공포 통치를 펼쳤다.
당시 탈레반은 음악, TV 등 오락을 금지했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했다.
탈레반은 20년 만에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후 여성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발표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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