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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 어린 자녀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녀 살해’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아동인권 침해이자 범죄라며 아이를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3일 새벽 서울 노원구에서 아내(37)를 살해한 30대 남성 ㄱ씨가 1살배기 갓난아기와 함께 추락해 숨진채 발견됐다. 전날 늦은 밤엔 경기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중국 국적의 30대 여성 ㄴ씨가 7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ㄴ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는 ‘미안하다, 아들도 같이 데려간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문가들은 ‘자녀 살해’가 저항이 힘든 아동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극단적인 형태의 학대라고 지적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본인이 낳았으니까 아이의 목숨도 본인 책임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부여받는 살아갈 권리를 빼앗는 극단적인 형태의 아동학대”라고 지적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은 2018년 7명, 2019년 9명, 2020년 12명, 2021년 14명의 아이가 ‘자녀 살해’로 숨졌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이전엔 ‘자녀 살해’를 따로 집계하지도 않았다.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와 달리 ‘자녀 살해’(비속 살해)는 별도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할 경우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일반 살인죄(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 형량이 높다. 반면 영아살해죄(10년 이하의 징역)와 영아유기죄(7년 이하의 징역)는 일반 살인죄보다 형량이 낮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존·비속 살해에 가중처벌 규정을 달리한 입법 배경엔 유교 사상 영향이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미성년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해도 존속 살해 만큼이나 대법원의 양형기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부모들의 인식변화와 더불어 경제적으로 더 이상 살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 됐을 때, 도움을 요청하거나 상담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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