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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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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에 휘둘린 브라질, 구글과 전쟁... “플랫폼도 처벌” vs “검열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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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부 '가짜뉴스법' 추진에 기싸움 팽팽
하원, 법안 통과 불투명하자 예정된 표결 연기
구글 '법안 반대' 광고... 법원 "안 내리면 벌금"
한국일보

2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 연방의회에서 '가짜뉴스 방지법'이 논의되는 가운데, 의사당 바깥에서 활동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규제 법안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온라인상 극단주의가 야기한 폭력 사건으로 사망한 학생의 넋을 기리는 의미인 책가방이 곳곳에 놓여 있다. 브라질리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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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가짜뉴스 방지법’(가짜뉴스법)을 도입하려던 브라질 정부의 구상이 구글과 메타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논란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가짜뉴스나 불법 콘텐츠를 관리하는 책임을 부여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 부과와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도록 한 법안 내용을 두고 양측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2일(현지시간) 브라질 하원에서 표결이 예정돼 있던 ‘PL 2630’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규제 법안이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달 가짜뉴스 법안을 위원회 논의 없이 곧바로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2020년 발의됐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던 이 법안은 올해 1월 의사당 폭동 사태 이후 급물살을 탔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지난 대선 패배는 ‘투표 조작’ 때문”이라는 가짜뉴스가 유발한 사태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의 네오나치 단체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학교에서 총기 난사를 자행한 사건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올랜도 실바 하원의원은 로이터통신에 “가짜뉴스는 1·8 폭동 사태로 이어졌고, 학교 내 폭력적인 환경을 만들었다”며 이런 현상에서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

올해 1월 8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지지자들이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의 의회와 대통령궁, 대법원에 난입해 대선 불복 시위를 하고 있다. 브라질리아=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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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상 검열법’이라며 저항하는 목소리도 크다. IT 기업을 비롯한 반대 진영에서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1일부터 검색창 첫 화면에 “가짜뉴스법은 브라질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혼란을 줄 수 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띄웠다. 또 광고를 클릭하면 법안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했다. 야당도 이들의 편을 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법안 통과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이날 하원 표결은 결국 연기됐다.

브라질 정부는 가짜뉴스에 칼을 빼 든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이날 구글에 대해 “(가짜뉴스법 관련) 광고를 내리지 않을 경우, 시간당 20만 달러(약 2억6,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판결했다. 앞서 “구글은 언론사나 광고회사가 아니다”라며 현행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했던 플라비우 지누 법무부 장관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법무부가 문제 삼은 건 구글이 검색 결과를 변경해 ‘법안 반대 콘텐츠’로 유인했다는 의혹인데, 반독점 규제 당국은 구글뿐 아니라 메타 등의 여론 조작 시도 여부도 조사할 방침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구글 검색창 첫 화면에선 법안 반대 광고가 사라졌다. 그러나 구글 측에선 “브라질 정부 요구 때문이 아니라 예정된 게시 기간이 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구글은 또, 성명을 통해 “우리는 PL 2630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전달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전면전을 예고했다. 미국 버지니아대 언론학자 데이비드 네머는 “다른 국가가 브라질의 전례를 따를 수 있기에 IT 기업들이 강경하게 맞서는 것”이라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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