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간 이어진 권위·위엄…'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보물된다

문화재청, 지정 예고…"유례없는 독특한 왕실 문화 상징"

서예가 오세창의 서첩, 조선시대 불화·불상도 보물로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문화재청 제공)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문화재청은 3일 종묘 신실에 봉안돼 온 '조선왕조 어보(御寶)·어책(御冊)·교명(敎命)'을 포함해 총 4건의 문화유산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의 각종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다.

어보는 금·옥·은 재질의 의례용 도장이다. 국왕·왕세자·왕세제·왕세손과 그 배우자 등을 책봉하거나 이들의 덕을 기리는 칭호 등을 올릴 때 제작했다.

어책은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교명은 왕비·왕세자·왕세자빈·왕세제·왕세제빈 등을 책봉할 때 내린 문서다.

종묘 신실구조. (문화재청 제공)

어보·어책·교명은 해당 인물이 죽은 후 신주와 함께 종묘에 모셔져 관리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된 대상은 어보 318과, 어책 290첩, 교명 29축 등 총 637점이다. 일제강점기 제작됐거나 국왕이 되지 못한 세자, 국왕을 낳은 후궁 등 종묘에 봉안되지 못한 인물이 받은 것은 지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의 황실에서 제작된 어보 등이 대상"이라며 "종묘 정전 19실과 영녕전 16실에 봉안된 왕과 왕비가 받은 것만 지정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 유물은 지난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조선 왕실 어보와 어책'으로 등재돼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문화재청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독특한 왕실 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로서 500여 년간 거행된 조선 왕실 의례의 통시성과 역사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근묵. (문화재청 제공)

보물로 지정 예고된 '근묵'(槿墨)은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였던 오세창(1864~1953)이 80세 때 엮은 서첩이다.

고려 말 충신 정몽주(1337~1392)를 비롯해 약 600년에 걸쳐 수집한 1136명의 필적이 담겨있다.

수록된 필적의 시대적 분포가 고려 말에서 일제강점기에 이르고 쓴 사람의 신분도 국왕에서 중인, 승려 등 다양하다. 역대 명필의 필적이 포함돼 서예사 연구에 귀한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은 "현존하는 서첩 중 양과 질적으로 가장 우수하다"고 전했다.

아미타여래구존도. (문화재청 제공)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 (문화재청 제공)

1565년 제작된 불화 '아미타여래구존도'(阿彌陀如來九尊圖)와 1657년 완성된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木造釋迦如來三佛坐像)도 보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화재청은 30일간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cho8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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