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기시다 ‘조기 방한’ 외교 판을 바꾼다?…“G7 앞둔 외교셈법·지지율 상승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시다, 방한 일정 선공개…지난해와 ‘정반대’ 상황

대통령실, ‘주도권 확보’ 고무…‘빈손외교’ 비판 의식

진정성 있는 과거사 언급 있어야…‘정치적 용기’ 필요

7일 서울에서 한일 정상회담…안보·경제 '미래' 방점

헤럴드경제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오는 7~8일 방한 일정이 공식 발표되자 외교가에서는 ‘예상보다 이른 방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둔 상황에서 기시다 총리가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성과에 대해 ‘빈손외교’라는 비판이 나왔던 것을 감안할 때, 이번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한일 관계의 ‘판을 바꿨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고무적인 분위기가 역력하다. 특히 4월 말 윤 대통령의 국빈방문으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을 움직이면서 한국이 양국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자신감이다.

대통령실은 7일 개최되는 한일 정상회담 통해 ‘셔틀외교’의 완전한 복원을 통해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상징한 후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되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간 긴밀한 공조를 완성한다는 복안이다. 윤 대통령은 2일 여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에서 ‘한일·한미관계 선순환’을 강조하면서 “지금 한일, 한미관계가 복원되는 것을 기초로 해서 한미일 관계가 더욱 공고하고 발전된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총리의 12년 만에 양자 차원의 방한은 한일 양국이 공식 발표하기 전 일본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됐다. 기시다 총리는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 중인 1일(현지시간) 7~8일 한국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한일 양국은 2일(우리시간) 오후 3시에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공식 발표했다.

통상 정상회담 개최 사실은 양국이 합의 하에 동시에 발표하는 것이 외교 관례인 만큼 상대국 정상이 날짜를 특정해 관련 사실을 먼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는 대통령실의 발표에 일본 정부가 반발한 것과 정반대의 상황인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조기 방한을 희망한 대외적인 배경으로는 G7 계기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적 셈법이 작동한 것으로 꼽힌다. 한일 양국이 관계 개선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피해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징용 해법안을 한국 정부가 먼저 발표했고, 한일 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원상복구와 수출우대국 복원 조치 등 선제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조치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정상이 모일 경우 일본의 발언권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엿보인다.

대내적으로 일본에서 지난달 통일지방선거와 보궐선거가 끝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기시다 내각의 중간 평가로 꼽힌 선거 결과 당장 중의원 해산 등 중대한 정치적 결단의 상황에 놓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참의원 보궐선거에서 어렵게 이겨 당장 중의원을 해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보니 지지율을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며 “기시다 총리의 방한이 늦춰질수록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한 부담이 있고, 일본 조치에 대한 한국 측의 기대감은 커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실보다 득이 많다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의 이번 방한에서는 무엇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언급 수위가 주목된다. 2일 교도통신은 기시다 총리가 식민지 지배의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명기한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언급하며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표명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지난 3월6일 강제동원 해법안을 발표한 후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같은 수준의 언급이다.

그동안의 입장에서 더 나아간 사죄의 언급이 어렵더라도 피해자측에 진정성 있는 위로의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특별히 일본과의 외교를 위한 정치적 용기와 개인적 헌신에 깊이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던 것을 고려할 때 이번 방한에서는 기사다 총리의 ‘정치적 용기’가 나와야 할 차례라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안보와 경제 등 양국 간 미래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한미, 미일 양자 간 이뤄지던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 체계를 3국 간 실시간 공유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가동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한일 정상회담에서 출범하기로 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 경제안보 대화를 비롯해 각급 단위의 대화체 재개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silverpaper@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