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앞세워 막말 퍼붓더니 한미 정상 겨냥해 화형식까지
위기감 방증·도발 명분 축적·대내 결속 등 다양한 분석 나와
북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침묵'…반응 나올지 주목(CG) |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북한이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이 담긴 '워싱턴 선언'에 연일 강도 높게 반발하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겨냥해 노골적 비판을 쏟아내는 것은 일상적이지만, '워싱턴 선언'에 대해선 한미 정상을 향한 막말 담화로 포문을 열더니 화형식까지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과민한 반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된 청년학생 집회에서는 한미 정상을 겨냥한 '허수아비 화형식'이 진행됐다.
통신은 "미국의 늙다리 전쟁괴수와 특등하수인인 괴뢰역도의 추악한 몰골들이 잿가루로 화할수록 징벌의 열기는 더더욱 가열되었다"고 주장했다.
직함이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따로 사진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미 정상의 허수아비를 놓고 화형식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각계각층의 시위를 조직해 대미·대남 적대감을 고취해왔지만, 한미 정상을 겨냥한 화형식까지 진행한 것은 전례가 없다.
그만큼 '워싱턴 선언'에 대한 절정의 적개심을 드러낸 것이다.
북한은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7일 새벽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합의 소식이 들려온 지 이틀만인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내세워 첫 반응을 내놓았다.
김여정은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향해 각각 "미래가 없는 늙은이", "그 못난 인간"이라고 막말 비난하는 한편 '워싱턴 선언'으로 인해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위협했다.
지난달 열린 북한 노동계급과 직맹원들 복수결의모임 |
이튿날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논평에서 "(한미가) 반공화국 핵전쟁책동에 계속 집요하게 매여 달리려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이) 상응한 군사적 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결국 김 부부장과 조선중앙통신 발표는 한반도 정세 불안정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돌리며 군사력 증강의 구실로 삼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대형 도발을 저지르더라도 그 책임은 북한이 아닌 한미에 있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사전 포석을 깔아둔 것으로도 여겨진다.
통신은 또 1∼3일 '고조되는 비난과 조소, 심각한 우려를 몰아온 괴뢰역도의 구걸행각' 제하의 연재물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우방국에서 내놓은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비난하고 있다.
국제안보문제평론가 최주현 명의로 발표된 1일 논평에서는 워싱턴 선언에 담긴 미국 전략핵잠수함(SSBN)의 한반도 기항도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에 대한 북한의 위기감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SSBN의 한반도 기항, 전략핵폭격기의 한반도 기착 같은 경우는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합의"라며 "북한이 보유한 핵 억제력을 능가하고 이를 상쇄시키는 한미의 대응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미와 대결 구도가 더욱 선명해지는 상황에서 대내 결속 의도도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청년들이 동원됐다는 것은 결국 '미래 세대'의 행사라는 의미인 만큼 사상적으로 적개심을 고취하는, 대내적 체제 결속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달 국가우주개발국 현지지도 |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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