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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한들 뭐가 나아질까”…넷플릭스 시대 작가들은 왜 ‘잉여’가 됐나

헤럴드경제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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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한들 뭐가 나아질까”…넷플릭스 시대 작가들은 왜 ‘잉여’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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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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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호황 이면에 저임금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다며 임금 체계 개편을 요구해온 미국작가조합(WGA)이 1일(현지시간) 결국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전세계 영화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작가들이 제작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는 힘들것으로 보인다.

이날 WGA와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들이 진행해온 임금인상 단체교섭이 아무런 소득없이 결렬됨에 따라 소속 조합원 1만1500명은 2일 정오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가 된 현실에서 작가의 힘은 제작사와 대적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WGA가 16년 전 파업을 벌였던 2007년 당시에는 텔레비전(TV)이 거의 유일한 매체였기 때문에 파업이 만들어낸 공백의 힘이 컸다. 인기리에 방영되던 프로그램이 멈추면 시청자들의 불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스트리밍으로 제공되는 드라마 상당수가 이미 시즌 간에 큰 공백이 있거나, 미리 대본을 비축해 놓고 제작에 들어가는 이중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청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덜하다.

파업으로 인해 시청하고 있는 드라마가 갑자기 멈추더라도 시청자는 이미 무궁무진하게 쌓여있는 종방 드라마 중에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을 고르면 된다.


또 영화의 경우 제작부터 대중에게 공개되기까지 TV 프로그램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작가 파업의 영향이 훨씬 적다.

파업을 계기로 작가들의 일자리를 줄일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현재 할리우드의 많은 TV 시리즈와 영화는 대부분 대동소이한 플롯의 구성을 따른다. 경찰 수사물과 같은 장르물의 경우는 더욱 이야기 구조가 공식화 되어있다.


때문에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본격적으로 사용해서 줄거리나 전체 대본을 생성한 다음 작가를 고용해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스튜디오 제작사들은 더욱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더 이상 작가에게 아이디어에 대한 대가를 높이 쳐 줄 유인이 사라질 전망이다. 작가가 하는 일이 AI가 쓴 줄거리를 조금 더 자연스럽게 ‘각색’하는 정도로 치부될 수 있다. AI의 위협은 단순히 작가의 임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의 일자리를 완전히 없앨 수도 있다.

작가들 입장에선 일을 하면 할수록 가난해지는 구조 때문에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WGA가 올해 협상을 앞두고 작성한 공보에 따르면 이름(크레딧)이 올라가는 작가의 평균 급여는 지난 10년 동안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을 감안하면 23% 뒷걸음질 친 것이 된다.

WGA 소속 작가 대니 톨리는 NYT에 “모든 유형의 작가들이 대형 스튜디오들에게 평가절하당하고 재정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며 “이들 업체가 수십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콘텐츠들은 우리가 피와 땀과 눈물로 창작한 것”이라고 호소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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