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이재명과 긴밀하게 소통"…野 '비명계'로 지도부 균형 맞췄다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된 박광온 의원(가운데)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재명 대표(왼쪽),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손을 번쩍 들고 축하받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이낙연계'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 속에서 새 원내 사령탑에 오른 것은 총선을 앞두고 승리를 위해서는 당의 통합이 최우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박 신임 원내대표도 정견 발표에서 '원팀'을 가장 강조한 만큼 내부 통합에 당장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비명(비이재명)'계 원내대표 취임으로 차기 공천 구도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 원내대표는 28일 의원총회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경선 자체가 통합의 과정이고 당의 에너지를 모으는 과정"이라며 "친명·비명 구도나 친문(친문재인)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당의 통합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당대표, 원내 지도부와 매우 긴밀하고 원활하게 일을 해낼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가 다음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라는 중책을 맡은 만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 때와 같은 계파 갈등을 잘 관리하고 총선까지 민주당을 원팀으로 이끌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특히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대응 등을 두고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은 박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할 제1호 임무다.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쇄신 의총'을 열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는 돈봉투 문제의 대응책을 포함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복당 결정에 따른 새로운 갈등 양상까지 당의 위험 요인과 국민의 신뢰 회복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을 지내는 등 이낙연계 핵심 인사로 통한다. 그런 만큼 당을 함께 이끌어갈 이 대표와 얼마나 호흡을 잘 맞출지도 관심사다. 박 원내대표는 "당의 포용과 확장성을 넓히고 통합의 보완재가 되겠다.

이 대표와 좋은 관계를 만들고 그 통합된 힘으로 윤석열 정부와 싸우겠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를 안고 가면서 총선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대안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과제도 있다. 이를 위해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의석수로 밀어붙이기만 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부·여당을 견제하면서 민생 입법을 효과적으로 해내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민주당은 5월 임시국회에서 방송법 등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한 법안 처리를 예고하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로 폐기된 양곡법과 다른 결론을 박 원내대표가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내에서는 총선까지 당을 이끌고 가야 할 원내대표가 새로 선출된 만큼 이번 선거 결과가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설왕설래하고 있다. 민주당 비명계 중진 의원은 "(공천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친명·비명 가르지 말고 공정하게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당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는 이재명에 대한 경고로도 볼 수 있지 않겠나"라며 "돈봉투 사건이 발생하고 친명이 득세하는 건 안 좋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아무래도 박 원내대표가 비명 쪽에 속한다고들 하니 지도부가 좀 균형 있게 될 것"이라면서도 "원내대표가 바뀌었다고 공천 구도에 영향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새로운 원내 지도부 구성도 곧 확정할 예정이다. 원내수석부대표에는 재선의 송기헌 의원을 비롯해 조승래 의원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진 의원(비례)과 오영환 의원의 뒤를 이어 원내대변인 역할을 맡을 적임자도 물색 중이다.

국민의힘은 박 원내대표 선출에 대해 "의회주의와 여야 관계 회복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경운 기자 /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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