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표준계약서 논의에 만화영상진흥원 ‘업계 편들기’ 논란

“자문 변호사 선정에 업계 목소리 대변”

진흥원 “각계 추천 변호사로 구성” 해명

지난달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고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를 막고자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부당한 개입으로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8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표준계약서 개정 논의에서 부당한 개입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대책위는 간담회를 개최해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 논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지만,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이를 왜곡해 창작자가 아닌 산업계의 입장을 반영한 회의 구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며 “이로 인해 만화계는 혼란에 빠졌으며, 대책위는 이러한 부당한 개입과 사실 왜곡에 대해 엄중한 경계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3년 넘게 저작권 분쟁을 벌여오다 지난달 11일 숨을 거뒀다. 고인은 형설앤과 체결한 <검정고무신> 사업권 설정 계약 때문에 심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단체들은 지난달 20일 대책위를 꾸리고 표준계약서 개정을 촉구하는 등 행동에 나섰다.

대책위 간사를 맡은 박광철 한국만화가협회 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체부 간담회 자리에서 창작자들의 법적 지식이 부족하니 표준계약서 개정 회의에 자문 변호사도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만화계 단체에 자문 변호사를 추천해달라는 공지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제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창작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받은 기존 표준계약서 작성에 참여한 업계 단체의 자문 변호사를 내정했다는 점”이라며 “창작자가 아니라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대책위는 성명에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계를 대표하는 공공기관이지만, 현재 이사진 구성을 보면 만화가의 비율이 1명밖에 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웹툰작가와 거버넌스가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 논의 역시 창작자를 배제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파행적 운영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부당 개입을 중단하고 사과할 것과 창작자들의 목소리와 이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문체부에도 표준계약서 개정 논의를 조속히 재개하고 창작자, 산업계, 학계 등 각 분야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쪽은 “문체부에서 진흥원이 가진 풀을 활용해 자문 변호사 3~4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왔다. 그래서 진흥원이 운영하는 무료 법률 자문 서비스 ‘만화인 헬프데스크’의 변호사 중 한명을 추천했고, 한국만화가협회 등에 2명, 한국여성만화가협회·웹툰작가노조 등에 1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며 “지난 18일 대책위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를 충분히 설명했는데, 이런 성명서가 나와서 안타깝다”고 해명했다. 이어 “진흥원 이사진에 만화가가 1명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화가 출신 교수도 창작자로 볼 수 있다”며 “진흥원은 창작자를 위해 여러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소통을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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