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13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인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여성들이 탈레반 대원들의 경고 사격에 황급히 몸을 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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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7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여성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로이터·A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안보리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교육, 직업 활동, 각종 공공장소 출입 등을 제한하는 조치를 신속히 철회할 것을 탈레반 정권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탈레반의 여성 탄압에 대해 “유엔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면서 탈레반이 여성의 유엔 근무를 막은 것은 “인권과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결의안은 또 모든 유엔 회원국이 영향력을 발휘해 탈레반이 여성 억압을 중단하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미국의 로버트 우드 주유엔 차석대사는 “오늘 안보리는 만장일치로 탈레반과 전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우리는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탈레반의 탄압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나 누세이베흐 주유엔 아랍에미리트(UAE) 대사는 전 세계 90개국 이상이 이번 결의안을 지지했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사회에서 지워지는 데 대해 세상은 가만히 앉아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UAE는 일본과 함께 이번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
AP통신은 “미국, 러시아, 중국이 모두 찬성해 15대 0으로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번 표결은 탈레반의 행동에 대한 전 세계의 광범위한 우려를 보여주는 신호”라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적 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중요한 이슈에 대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보기 드문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러시아와 중국은 표결 후 과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역할과 동결된 아프간 정부 자금 70억달러 반환을 거부한 것을 비판했다.
탈레반은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집권한 뒤 여성의 대학 진학을 금지하고 여자 중·고교를 폐쇄하는 등 교육권을 박탈했다. 이달 초에는 현지 여성의 유엔 근무도 금지했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공원, 놀이공원, 체육관, 공중목욕탕에 출입할 수 없고 얼굴까지 모두 가리는 의상을 착용해야 한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의안은 최근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탈레반 정권의 위신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안보리는 이번에 탈레반에 대한 제재 방침은 고려하지 않았다고 AP는 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다음달 1∼2일 카타르에서 아프가니스탄 문제와 관련된 국제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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